극단 치닫는 양당 정치
호형호제 속에서 쌓인 친분
잘잘못까지 외면해선 안돼

[기자수첩]"우리 남국이"…버리지 못하는 '호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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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의원은 나한테 형이라고 불러본 적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국회 내 '패거리 문화'라는 고질병을 지적하면서 일화를 들려줬다. 21대 국회 첫발을 뗐을 때만 해도 그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입법 마련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다. 그러나 양당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어느 순간부터 '입법 활동'보다 '내부 결속'을 위한 활동들을 우선시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공동으로 추진하면 좋을 것 같은 일이 있어서 동료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던 과정에서 한 선배 의원이 대뜸 친분을 내세웠다. "형이라고 불러본 적도 없으면서 뭘 같이 하자고 하냐"는 식이었다.

그는 "입법 활동에 있어서도 서로 친해야 하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회의원은 하나의 '입법기관'이라는 정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학연·지연·혈연으로도 묶이지 않으면 '호형호제'를 해서라도 유대감을 쌓아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는 여전히 그 수준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경우, 5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당 중심에 섰는데 학생운동을 할 당시에 불렀던 '형'이라는 호칭이 국회의원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 물 정치를 타개하겠다면서 청년 정치를 내걸었던 의원들은 어떨까.

"△△△ 의원은 어지간하면 다 형이라고 부른다." 청년 정치인이라고 분류되는 한 의원에 대한 평가다. 호형호제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호형호제 속에서 쌓인 친분의 안대에 눈을 가리고 잘잘못까지 외면하게 되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당내 갈등에 쓴소리해서 한때 '비명계'로 분류됐다가 최근 이재명 대표와 함께하는 활동이 잦아지며 '친명계'로 언급되는 한 의원의 보좌진은 "의도치 않게 자꾸 친명, 비명으로 분류되는 것은, 정치가 권력관계 속에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불가피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특정인과 가깝고 멀다는 이유만으로 민주적이지 않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코인 투기 의혹과 관련해 김남국 의원의 징계 논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핑계로 시간 끌지 말고, 징계에 속도를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주장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릇된 것을 바로잡자는 의미"라고 사족을 붙였다. 당 지도부가 공사를 구분하라는 조언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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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국이"라며 감쌀수록 당의 쇄신에 대한 진정성은 멀어진다.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를 묻기보다 '나랑 친해?'를 먼저 따지는 정치권에서 "안 고쳐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는 의원들의 푸념이 더 나와서는 안 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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