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 중심 원칙에 약 배송 금지
복지부 "최종안 아냐…시행 전 확정"

정부가 내달부터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원칙을 잡았다. 환자는 재진을 증명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를 플랫폼에 내야 하고, 약도 직접 수령해야 해 비대면 진료 이용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업계는 “앞으로 이렇게 되면 업계가 하나둘씩 줄도산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비대면 진료 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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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위기단계 하향(심각→경계)에 따른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놓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안’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의 형태는 상당수 사라진다. 우선 초진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기간이 정해진 재진 위주가 골자다. 예를 들어 A의료기관에서 직접 대면 진료를 받은 이후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이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같은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이용하는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지 미지수인데다 고혈압·당뇨 등 환자가 아닌 이상 비대면 진료 이용 주기가 짧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일정 기간 안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것을 예상하고 의료기관 측에 의료 정보를 미리 요구해야 한다. 의사는 비대면 플랫폼으로부터 받은 환자의 정보를 토대로 비대면 의료 이용 대상인지 판단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제3 중개자가 의료 정보를 받는 것이 의료법상 가능한지 논의가 되지 않았다”며 “이번 시범사업이 산업계엔 어떤 역할이 부여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1~4급 법정 감염병 확진자와 섬·산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등에겐 초진을 허용했다. 최근 어린이 감기 환자 급증에 따른 ‘소아과 대란’을 해결해주기 위해 휴일·야간엔 소아청소년 초진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일단 의료계 반발 등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소아과 ‘오픈런’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거나 “연차는 불가피해졌다”는 불만이 올라왔다.

약은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약국에 방문해 받아야 한다. 오남용·오배송 우려가 있다는 의약계 의견에 따라서다. 플랫폼은 환자에게 약국을 자동 배정할 수 없고 이용자 근처의 모든 약국을 보여줘야 한다. 예외적인 약 배송 허용 대상을 두고는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B씨는 “올해 초 코로나에 걸려 온몸의 근육통으로 집 밖에 나가지 못했을 때 퀵으로 약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직접 수령이면 굳이 비대면 진료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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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당정협의에서 마련된 추진방안이 최종안은 아니라며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다음 달 1일 이전까지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 한시적으로 허용돼 많은 환자가 이용했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서의 일정 부분 후퇴는 불가피해졌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바뀐 지침에 따른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자를 추가 고용해야 하는 등 모든 게 급하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 만들기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간 산업계와 소통 없이 급하게 발표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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