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전우원 5·18 참배…前 대통령 가족의 남다른 5월
5·18 학살주범 직계가족…광주 찾아 사죄
오월 단체, 호의적 반응…사죄 진정성 공감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인 우원씨가 다시 광주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우원씨가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오월어머니·오월 관련 단체 주요 인사들과 만나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5·18 추모식을 앞두고 전두환 일가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렇고 오월 단체들이 그의 사죄에 마음을 연 것도 그렇다. 5월 광주의 시린 기억을 간직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의 가족에게 마음을 연 것 자체가 '다른 5월'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우원씨는 자기를 향한 여론의 관심을 의식한듯 "오늘은 저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기억됐으면 한다. 말할 자격도 없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동안 1980년 5월의 비극에 책임이 있는 집단이나 정계 인사들은 망월동 묘역 방문이 쉽지 않았다. 방문을 시도하는 것 자체도 드물었지만, 방문을 하려고 해도 광주 시민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은 상처가 깊은 만큼 5·18 관련 이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5·18 망언을 했던 의원 3명을 가볍게 처벌했다는 이유로 2019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우원씨에 관해서는 반응이 달랐다. 한 두 번의 이벤트성 사죄가 아니라 마음을 담은 사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실 1980년 5월 광주와 관련한 흐름의 변화는 우원씨 이전부터 이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의 행보다. 재헌씨는 이른바 무릎 사과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현재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인 재헌씨는 지난 9일 43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조문록에는 '5·18 민주 영령들의 희생에 사죄와 감사의 뜻을 표하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꽃 피우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노씨는 2019년 8월23일 광주에서 '무릎 사과'를 한 후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아 부친의 과오를 사과한 바 있다.
학살 주범으로 꼽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의 '대신 사과'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기록이다. 여전히 5월 광주와 관련해 편견과 왜곡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일그러진 역사를 조금씩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다.
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씨(73)는 우원씨의 방문과 관련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던 할아비 죄를 손자가 대신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며 "해묵었던 분노와 설움이 조금이나마 풀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우원씨의 첫 광주 방문도 많은 광주 시민의 환영을 받았다. 그가 광주에 방문하기 전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규정하고 "사죄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 광주시민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
앞서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와 부상자회는 할아버지 과오를 사죄한 우원씨를 만나 그의 광주행을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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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지난 3월29일 우원씨에게 "5·18 영령들에게 당당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5·18 진상 규명과 5·18 정신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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