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더이상 예금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원이 아니다"며 "디지털 은행의 발달로 빠른 속도의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미나에는 이 총재 외에 스리믈야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 닐스 아넨 독일 외무부 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 마사츠구 아사카와 ADB 총재? 등이 참여했다.
이 총재는 "외환 압박과 자금유출 위험이 추가 긴축에 따라 있을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지난해보다 덜 할 것"이라며 "선진국의 긴축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 75bp(1bp=0.01%포인트)씩 연속 인상했던 때와는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고금리가 오래갈 수 있으니 저희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 은행권 불안의 영향이 아시아에서는 많지 않았다"면서도 "동시에 저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예금이 더이상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지털 은행이 더 잘 발달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의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비은행권에도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SVB 파산 등 미국 금융권 불안에 대한 각국의 대처는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미국 금융당국이) 대응을 늦췄다면 훨씬 더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며 "어떤 측면에선 잘 대응했다고 생각하고, 현재 상황은 훨씬 더 안정적인 거 같다"고 말했다.
1970년대 ADB 수원국(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2000년대 공여국으로 급격히 성장한 한국의 성공적인 개발모델에 대해선 ""한국의 사례는 안타깝게도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전 ADB,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일했었는데 개발의 역사를 보면 많은 성공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전 저희 선친 시대에 감사의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제로 부패라고 말할 순 없지만 다른 저소득 국가와 비교해 부패가 없었고 건전한 거시경제 정책을 초창기에 도입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개발도상국의 경우 개발단계가 낮은 수준일 경우 자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과거 한국 정부는 자본 유출을 엄격하게 관리했고, 그것이 저축을 활용한 인프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ADB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이 있었고, 교육의 질과 공무원 수준이 높았던 것도 (급속한 성장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송도)=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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