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 두고 동상이몽…“업권별 차등 적용해야”
금융업권마다 부실 위험도 달라
“천편일률적 적용 무리”
정치권·금융당국 신중론 확산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인데 업계 내 이해관계는 크게 엇갈린다. 금융업권마다 부실 가능성이 다른데도 보호 한도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보장 한도를 결정할 때 업권별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 내부서도 동상이몽
저축은행업계는 대체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반기는 분위기다. 예금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시중은행 대비 수신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를 통한 수신고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1억원으로 상향 시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중소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는 예금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예금보호한도가 오르면 예금보호공사가 더 높은 예금보험료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내야 하는 예금보험료율은 0.4%로 은행(0.08%) 대비 5배 높아 지금도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예금보험료율만 오르고 자금이 대형 저축은행에 몰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료 인상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은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가산금리에 예금보험료를 포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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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 사이에선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로 실익이 크지 않은데 예금보험료만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억원 한도를 저축은행 등 타 업권과 동일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채 수익률만 봐도 시장에서 바라보는 각 금융회사의 부도 리스크가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보장 금액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건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은 상대적으로 부도 위험이 적은 만큼 보호한도 상향이 필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당국·정치권에선 신중론 확산
정치권에선 여야가 한목소리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5건(신영대·김한규·양기대·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다. 모두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이 가운데 신영대·주호영·양기대 의원 법안에는 금융업권별 보호 한도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업계 내 차등 적용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해 법안을 발의했다”며 “구체적인 기준은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당과 금융당국에선 신중한 입장이 확산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당장 '한다, 안 한다' 식으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라면서 “금융업계 의견과 보험료율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31일 “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이제 예금보험료도 올라가고 어떤 현상(소비자 대출 금리 상승 등)이 일어나고, 지금 시점에서 타당한가에 대한 질문도 있어서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참석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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