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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춘래불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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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날씨와 대기질(質)은 매년 봄 한국에서 제법 화제가 된다. 중국을 넘어 한국의 하늘빛에 직격탄을 날리는 미세먼지와 황사 이슈 탓에 가뜩이나 관심들이 많은데, 최근에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재진을 향해 "날씨가 너무 좋다"는 단 한 줄의 감상평을 남기면서 시선이 더욱 쏠렸다. 사실 이 회장이 방중한 며칠을 제외하고 베이징의 날씨는 황사 탓에 내내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봐야 했던 뿌옇고 매캐한 하늘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올해 봄철 유난히 악화한 대기질의 원인으로 중국의 '위드코로나'를 꼽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이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면서 공장을 가동한 탓에 한국까지 미세먼지가 넘어오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위드코로나로 본격 전환한 올해 1~2월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 대비 8.5% 증가(중국 생태환경부 발표)하는 데 그쳤다. 작년과 비교해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특기할만한 정도는 아니다(물론 중국이 발표한 수치를 신뢰할만하다고 전제할 때의 얘기다).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9로 기준선(50)을 넘기며 경기 확장국면을 이어갔지만, 전월(52.6) 대비로는 다시 꺾였다. 공장 가동만을 범인으로 몰기엔 근거가 빈약한 셈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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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오히려 빨라진 기후 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덮친 먼지의 정체는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가 심해지고 빈도가 잦아진 것은 사막의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급감한 탓이 가장 컸다는 설명이다. 모래 먼지를 덮어 흩날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던 '쌓인 눈'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일찍 녹아버렸다. 실제로 이상 고온은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중국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후허하오터, 선양, 창춘, 허페이 등 지역이 30도에 가깝게 오르며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달 29일 기상청은 '안타까운 소식'이라면서 올해 기상이변과 이상기후가 예년보다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이 '너무 좋다'던 베이징의 날씨는 최근 또 다른 의미에서 '춘래불사춘'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만개하던 만리장성의 벚꽃은 일찌감치 지고 지금은 듬성듬성 빈약하게만 남아있다. 중국의 계절은 봄을 한 계단 건너뛰고 여름으로 직행해버렸다. 한국에서도 점점 짧아지고 있는 봄철이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스쳐 지나가는' 분위기다.


중국이 정책 방역 해제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스크 없는 생활이 허용되고 있다. 최근부터 상하이·광저우·청두 등 지역에서는 마스크 없이도 지하철을 탈 수 있고, 야외에서는 그 누구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최근 더 열심히 마스크를 찾아 쓰고 있다. 봄이 왔지만 봄이 오지 않은 것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쓰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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