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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자회사 물적분할에 DB하이텍 주총 시끌…"상장 안한다" 진땀 해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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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작년 말 뒤집는데 어떻게 믿나"
회사 "모-자회사 자산 비슷했던 LG와 달리
DB하이텍 자회사 순자산 모회사의 5%"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주 여러분들의 믿음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도 주주 여러분들의 기대에 더 나은 성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을 분사한 것과 DB하이텍 이 브랜드사업부(팹리스·반도체설계)를 떼어내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작년에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해놓고 말을 뒤집는 경영진을 어떻게 믿습니까." - DB하이텍 주주들

29일 경기도 부천시 수도로 DB하이텍 부천캠퍼스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경영진에게 질문 10개, 주주제안 1개를 쏟아냈다. 가장 첨예한 주제는 단연 자회사 물적분할 의제였다. 최창식 부회장은 LG화학-LG엔솔 사례와는 다르니 믿어달라고 주주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DB하이텍 정기 주총 현장. 좌석 144개가 꽉 들어찼다.[사진제공=DB하이텍]

DB하이텍 정기 주총 현장. 좌석 144개가 꽉 들어찼다.[사진제공=DB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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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주총은 오전 9시20분에 시작해 11시8분 끝났다. 현장엔 140여명 주주가 참석했다.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주들이 많아 전반적으로 격앙된 분위기였다. 첫 질의응답 세션부터 어수선했다. 질문 10개가 나왔는데 진행을 빨리하자는 주주와 질문을 다 받으라는 주주끼리 다투기도 했다. 일반 주주들에게는 사진 촬영도 허용되지 않았다.


회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을 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5년 안에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5년이 지난 뒤 상장을 추진할 때도 모회사 주총 특별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하겠다고 했다. 최창식 부회장은 주총장에서 "5년이라는 기준은 정부 가이드라인"이라고 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제공=DB하이텍]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제공=DB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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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 팹리스를 자회사로 떼어내고 모회사는 수익성 높은 전력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팹리스가 같은 회사 파운드리에 일감을 맡기면 설계 기술 유출, 이해상충 우려에 시달려 영업 역량이 낮아질 수 있어 둘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4조, 팹리스 2조원씩 기업 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은 "파운드리는 고객 상충 이슈를 해소해 거래선과 제품군을 확대해나가고 브랜드(사업부)는 전문 경영인 영입과 독자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회사 측은 작년 말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다 소액주주들이 반대해 뜻을 접은 바 있다.


DB하이텍 정기 주총장에서 한 주주가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친화 정책을 설명하자 휴대폰을 꺼내들고 촬영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DB하이텍 정기 주총장에서 한 주주가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친화 정책을 설명하자 휴대폰을 꺼내들고 촬영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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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주 대부분 작년에 물적분할을 안 하겠다고 해놓고 번복한 점을 문제삼았다.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분할 후 5년이 흐르면 팹리스 자회사를 상장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최창식 부회장은 "작년 10월 (물적분할) 검토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주친화정책을 어떻게 발현할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물적분할 후) 5년간 신설자회사 상장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어 "자회사가 투명한 지배구조 성립하면 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은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A가 신설회사 B 지분율을 100% 보유하는 형태다. 기존 주주가 모회사 지분을 들고 있어도 B사 지분율로 인정되지 않는다. DB하이텍이 팹리스를 쪼개 상장하면 기존 DB하이텍 주주가 보유한 주식 지분 가치는 쪼갠 지분만큼 낮아진다. DB하이텍의 28일 종가는 6만1400원으로 한 해 전보다 21.4% 하락했다. DB하이텍은 소액주주 입김이 센 종목이다. 작년 말 기준 DB하이텍 주주 중 74.21%가 소액주주다. DB Inc.와 특수관계인(17.85%)과 국민연금(7.94%) 지분을 합쳐도 25.79%에 불과하다.


회사 주식을 4만주가량 보유한 정양영(65) 주주는 "작년에도 물적분할을 안 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돌변하는 회사를 뭘 보고 믿겠나"라고 했다. 회사 주식 870주를 들고 있는 강각성(80) 주주는 "나이가 80이 돼서 투기하려는 게 아니고 용돈 조금 벌려고 투자하는 건데 낮은 주가에 묶여 있다"며 "작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긴 했지만 주가는 안 오르고 배당도 짜다. 자기네들끼리만 돈 잔치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사 물적분할과 LG화학-LG엔솔 사례의 차이점을 29일 정기 주총에서 설명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사 물적분할과 LG화학-LG엔솔 사례의 차이점을 29일 정기 주총에서 설명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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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 부회장은 LG화학에서 LG엔솔이 빠져나갈 때 주주가치가 낮아진 점을 의식한 듯 'LG와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10여분을 할애했다. 회사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LG엔솔은 분할 전부터 LG화학 못지않은 순자산가액을 확보한 반면 DB하이텍 브랜드사업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덩치' 큰 LG엔솔이 빠져나갈 경우 LG화학 기업 가치가 낮아질 수 있지만 DB하이텍의 경우 브랜드사업부가 빠져나가도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연말 기준 LG화학 순자산가액은 21조원, LG엔솔은 17조원으로 거의 비슷했다. 반면 DB하이텍 모회사(파운드리)는 1조6000억원, 자회사(팹리스)는 800억원으로 큰 차이가 났다.


최 부회장은 "LG화학-LG엔솔은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 장치산업이지만 DB하이텍은 모회사(파운드리)만 장치산업이고 자회사(팹리스)는 설계산업"이라며 "자회사는 인력 위주로 꾸려나가는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지 (어마어마한 자산을 갖춘) 장치 산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주총에서 물적분할안은 출석 주주 87.1%, 의결권 있는 주식 53% 찬성으로 가결됐다.


DB하이텍 정기 주총 현장.[사진=문채석 기자]

DB하이텍 정기 주총 현장.[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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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주 주당 1300원, 우선주 주당 1350원 배당 안건도 가결됐다. 보통주 주당 1300원은 배당성향 10% 수준이다. 주주제안 사항인 보통주 2417원, 우선주 2467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양영 주주는 "작년에 회사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데 이게 배당인가"라며 "최소 주당 2500~3000원은 줘야지 이건 배당도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조기석 사장 신규 CEO(최고경영책임자)로 선임하고 양승주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재선임하는 사내이사 관련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사외이사로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재선임하고 정지연 경북대 조교수, 배홍기 PKF 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 한승엽 홍익대 조교수를 각각 신규선임하는 안건도 처리됐다. 다만 한승엽 홍익대 조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사외이사)으로 앉히는 안과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2건은 부결됐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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