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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청소부와 젊은 이주노동자 사랑으로 사회를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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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드라마로 獨사회 비판한 파스빈더 감독
서울아트시네마 29일부터 회고전…대표작 상영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74)'의 주인공은 나치당원 출신의 예순 살 청소부 엠미(브리짓 미라)다. 어느 날 비를 피해 아랍인 카페에 들어갔다가 젊은 모로코인 이주노동자 알리(엘 헤디 벤 살렘)를 만난다. 그는 독일 사회의 편견에 지쳐 있다. "독일에서 아랍인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죠." 엠마도 소외감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늙고 뚱뚱한 외모로 자신감을 상실했다. 둘은 외로움을 공유하다 사랑을 느끼고 결혼한다. 그러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해 다투고 헤어진다. 진심은 뒤늦게 다시 통한다.


"다른 여자와 잤어요." "상관없어요. 당신의 주인은 당신이니까. 함께 있을 때만큼은 우리 서로를 아껴요.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살 가치가 없으니까. 나도 알아요. 내가 늙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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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은 할리우드 멜로 드라마를 비판 정신을 담을 이상적 그릇으로 생각했다. 급진적으로 재구성해 전후 독일 분단 사회의 정치적 현실과 자본주의의 그림자에서 소외된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독일 역사의 상처로 인식하고 젊은이들의 격렬한 분노를 담았다. 결과물은 하나같이 새로운 표상을 제시했다. 가족·사랑에 내재한 숨겨진 권력관계, 나치즘과 전쟁의 폐허로 망각한 역사, 사회·성적 소수자 등이다.


파스빈더 감독이 만든 '뉴저먼 시네마(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독일에서 일어난 영화 운동)' 작품들이 대거 상영된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와 영화사 엠엔엠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회고전을 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비롯해 '카젤마허(1969)', '성스러운 창녀에 주목하라(1971)',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1)', '사계절의 상인(1971)', '선 위의 세상(1973)', '폭스와 그의 친구들(1975)', 퀴스터스 부인의 천국 여행(1975)', '중국식 룰렛(1976)',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1979)' 등 대표작 열 편을 선보인다.


파스빈더 감독과의 관계를 생각해 감상하면 좋을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피닉스(2014)', 알랭 기로디 감독의 '스테일 버티컬(2016)',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행복한 라짜로(2018)',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피터 본 칸트(2022)' 등도 함께 소개한다.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파스빈더 감독은 1982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5년 동안 맹렬한 속도로 마흔 편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다"며 "지난 반세기 독일의 역사·정치·감성을 담은 유산으로, 지금도 새로운 세대의 영화 제작자에게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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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높은 양식화의 영상 필체도 주목할 점이다. 양식화란 의도적 형식을 부여해 영화가 영화임을 숨기지 않는 감독의 태도와 같다. 파스빈더 감독은 인용을 통한 패러디, 장르 관습의 아이러니한 유희, 장르 관습의 아이러니한 유희, 보여주기식 연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배상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저서 '작가영화'에서 "‘무엇’보다 ‘어떻게’를 강조하는 형식은 영화를 예술가의 손때가 묻어나는 수작업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예술가의 손길이야말로 작가영화의 본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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