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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갖고 말씀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한 의원실의 개딸 상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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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의원실 항의 전화 폭탄 세례
"항의하는 이들도 당원...결국 같이 가야"

"즐겁게 통화 잘 했습니다. 자주 연락해 주십시오."


최근 비명계(비이재명)계로 알려진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한 보좌진이 개딸들로 알려진 이재명 대표 열성 지지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으면서 마지막에 건넨 말이었다.

무기명 투표였던 만큼 표결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대화 등이 오가는 것으로 짐작건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내 불어닥친 항의 전화 가운데 하나였다. 들려오는 대화 내용을 듣고, 항의전화구나 하고 관심이 쏠렸을 때만 해도 전화를 건 사람은 어떤 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항의할까 하는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어 궁금증은 저 보좌진은 어떻게 저렇게 차분하게 대응하는지로 옮겨졌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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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좌진은 통화에서 "선생님도 당원으로서 애정이 있으셔서 말씀하셨을텐데 이해한다"면서 "저희는 같은 당원 아닙니까. 저도 25년 차 당원이다. 더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이후에도 이야기를 요약해서 해달라는 얘기가 들렸지만, 10여분간의 통화는 예의를 갖춘 채 이어졌다. 항의전화라면 당연히 연상되는 고성도, 욕설도, ‘의원에게 전달할테니 이만 끊겠다’는 식의 의례적인 답변도 없었다.


이 보좌진은 전화를 건 사람의 제법 긴 항의를 들은 뒤 "한 말씀 드려도 괜찮겠냐"면서 "중도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 아시지 않냐. 의원님도 그런 이유로 말씀하셨다. 저희 쪽 생각도 한번은 고민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통화가 끝난 뒤 해당 보좌진에게 다가가 잠깐 얘기를 청했다. 항의전화가 쏟아지는 의원실의 고충을 들으려 해서였다.


그는 "사람 따라 약간의 욕설을 하기도 하고 강압적인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통화가 30분 이상 한정 없이 길어지는 일"이라며 "요즘은 전화를 받으면 가급적 3분 정도로 요약해서 말씀해달라고 한다. 대체로 따라주시지만 가끔은 이야기가 줄기처럼 이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하다"고 했다. 욕설 등으로 거칠게 하는 항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의원실 구성원들은 신분이 드러난 사람들이고 의원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인데 빈정이 상하고 성질이 날 수도 있지만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도 없지 않냐"며 "(나름)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항의 전화를 받아내는 것 자체가 수월치 않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 보좌진은 "전화는 의원실에서 보좌진들이 돌아가며 받는데 요즘은 20~30분에 한 번꼴로 항의전화가 걸려 오는 것 같다. 의원님이 방송 출연 등을 해서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 더 잦아지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당장 (항의전화 하신 분들이) 저희 의원을 지지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을 같이한 민주당원들 아니겠냐"며 "(이분들이) 화가 나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극우세력 등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수박이네 뭐네 심한 이야기를 할지언정 우리가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이런 화기애애한 대화가 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오늘도 계속 쉴 새 없이 전화가 온다"면서 "욕을 한창 퍼부은 뒤 이를 의원에게 전달해달라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보좌관은 "이분들은 말로는 저희에게 욕을 하는 게 아니라며 의원에게 전해달라고 말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그 말을 옮길 수 있냐"며 "못 전한다고 하면 가족들까지 들먹이며 폭언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흔히 개딸이 한다고 하는데 좀 사정이 다르다"면서 20~30대 여성이 전화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목소리만으로도 대부분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많다"고 했다. 또 개중에 지역구 권리당원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실제 확인해보면 그런 번호를 쓰시는 분을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 지지자들의 경우 ‘이재명 단일대오 떡’ 등을 의원실에 돌리기도 했다. 일부의 경우지만 지역 의정보고회 소동을 피운다거나,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를 예고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공개 행사에 모습을 보이면 동영상 카메라 등을 들이미는 지지자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 보좌진은 "당 행사에 참여했다 카메라 들이미는 이들을 본 뒤 의원 혼자 둬서는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의원실들마다 몸살이 심해짐에 따라 나름의 고육책을 내는 곳들도 있다. 앞서 이 대표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진 의원실 가운데는 콜센터 등에 연락할 때 콜센터 직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안내음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번호로 전화를 하면 "잠시 후 통화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니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멘트가 뜨는 식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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