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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희원 "스마트폰 없이 못살아…아바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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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형사役
임시완과 4번째 호흡…직접 출연 제안
"연기할 때 가장 행복, 정통 멜로 희망"

학력고사에 지각해 시험장에 못 들어가는 여학생을 보고 대신 시험장에 들여보내 달라고 말한 뒤 시험장을 빠져나오지 않았더라면. 그길로 올라탄 지하철에서 읽은 신문의 극단 공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김희원(52)은 없다. 운명처럼 배우가 된 그는 오랜 시간 무명(無名)으로 살아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의 부침은 현재 쉬지 않고 일하는 동력이 됐다. 스케줄표는 단 하루로 쉬는 날이 없이 빼곡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하고 갈증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원은 "연기가 재미있다. 하다 보면 짜증 나고 괴롭기도 하지만, 연기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명 배우 당시 트라우마가 심하다. 작품이 잡혀있지 않으면 마음 편히 못 쉰다. 프리랜서의 강박관념 같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16년 배우 외길…"오래 연기하고파"
배우 김희원[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희원[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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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은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영화 '1번가의 기적'(2007)으로 데뷔해 '아저씨'(2010)에서 방탄유리 아저씨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미스터 고'(2013)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 '신의 한 수: 귀수편'(2019) '담보'(2020) '보이스'(2021), 드라마 '구가의서'(2013) '별에서 온 그대'(2014) '송곳'(2015) '눈이 부시게'(2019) '장르만 로맨스'(2021)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16년 차 배우 김희원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위기감'이었다. 뜻밖이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고, 코미디 '장르만 로맨스'(2021)에서는 로맨스 연기에 도전했다.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그는 진솔한 속내를 털어놨다.


"나이가 들면서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해야겠다' 마음먹죠. 신구-이순재 선생님처럼 하고 싶은데 체력이 따라줄까 싶고요. 언젠가 일이 없어지는 날이 분명 오거든요. 혹자는 '90세엔 90세 역할을 하면 되지 않냐'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위기감을 느낍니다. 배우는 누군가 찾아줘야 하는 직업인데, 언젠가 나를 안 찾아줄지도 모르잖아요. 예전에 '나 스타야'라며 으스대던 배우 중 지금 안 보이는 사람들 많거든요. 항상 감사하며 열심히 하려 합니다."

앓는 소리가 무색할 만큼 김희원은 바쁘다. 찍어놓은 작품만 여러 편. 올해 '하이파이브' '사일런스' '무빙' '한강' '힙하게' 등 영화-드라마를 통해 잇따라 관객-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그는 "놀면 뭐 하냐, 할 일도 없는데"라며 커피를 들이켰다. 이어 "정통 멜로를 꼭 도전해보고 싶다"면서도 "아무리 말해도 작품이 안 들어온다"며 웃었다.


"임시완과 의형제 대본 써주세요"
배우 김희원[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희원[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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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은 지난달 17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에서 아들을 용의자로 의심하며 쫓는 형사 지만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는 "기존 스릴러 영화에서는 형사가 범인을 추적해서 잡는 내용이 그려지지만, 영화에서 형사가 아들을 범인이라고 오해해 쫓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인 동시에 고지식하고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면모가 입체적으로 그려져 마음에 들었다. 피해자들을 보면서 '아들을 혼내야겠다' 자책도 한다고 해석했다. 자신에게 화가 난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주안점을 꼽았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시나리오를 인상 깊게 읽은 김희원이 주운 스마트폰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준영 역에 임시완을 떠올리면서 출발했다. 드라마 '미생'(2014)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영화 '불한당'에 이어 예능 '바퀴 달린 집'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임시완과 평상시 전화도 자주 하면서 지냈어요. 함께 있으면 편안하죠. 친구처럼 지내요. 그래서 연기할 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고요. 평소에 성실하게 연기를 열심히 하는 좋은 후배라 여겼죠. 영화에서 준영은 타인의 스마트폰에 범죄 프로그램을 심고 컴퓨터를 잘하는 면모가 있는데, 똑똑한 시완이가 잘할 거라고 느꼈어요. 그래도 배우가 배우한테 대본을 주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회사를 통해야 하지만, 인맥을 이용한 거죠.(웃음) 작품을 추천하려고 만난 날 끝까지 말 못 하다가 헤어지기 전에 '뭐 하나 가져왔는데 읽어봐' 하면서 툭 건넸죠. 하지만 선배랍시고 강요하고 싶진 않았어요. 편하게 읽어보라고 하고 돌아왔는데, 스케줄이 맞았네요."


김희원과 임시완은 얄궂게도 늘 반목하는 역할로 만나왔다. 김희원은 "'미생' 때 임시완을 괴롭히는 역할이었고, '불한당' 때도 싫어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쫓는 역할로 만났지만, 앞으로는 친한 역할로 만나고 싶다. 임시완과 제가 의형제로 나오는 작품을 써주시면 좋겠다"며 웃었다.


스마트폰 세계에 갇힌 사람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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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미덕으로 현실성을 꼽았다. 김희원은 "스마트폰 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폰을 이용해서 상대가 되는 설정인데, 타인을 100% 조종하면서 그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누군가 내 폰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열어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절대 안 된다'고 모두가 말리지 않을까. 스마트폰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아바타(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 같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세계에 갇혀있다는 느낌도 든다. 이제 대화할 때 폰을 보지 말라고 하면 안 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이제 스마트폰 없으면 못 산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희원은 스마트폰을 영리하게 활용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세상을 믿지 못해서라고 말을 이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거의 안 써요. 카카오톡, 유튜브, 인터넷 검색 정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안 해요. 비밀번호를 바꿀 때마다 자꾸 까먹어서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걱정했는데, 요즘은 휴대전화끼리 옆에 두면 정보가 옮겨지더라고요. 인터넷 쇼핑도 안 해요. 카드를 입력하고 사이트에 가입하는 게 귀찮고 싫어서 안 해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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