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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면세]코로나 다음 시대, 따이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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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궁 매출 의존도↑…송객수수료 과열 경쟁
따이궁 재판매 비판, 명품 시내점 철수 악순환
중장기 구조 전환, 시간과 자정 노력 필요
준비 부족 상태서 인천공항 中 입성시 '위기'

[기로에선 면세]코로나 다음 시대, 따이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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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업계가 다음 주 산업 지형을 뒤흔들 '인천국제공항 10년 면세점 사업자' 입찰을 눈앞에 두고 큰 우려에 휩싸였다.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으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을 안은 이들에게 변화의 신호탄이 될 인천공항 입찰에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라는 변수가 나타면서다. CDFG가 사업자로 선정되면 한국의 관문으로 상징적인 인천공항에 무혈입성한 중국 거대 국영기업이 국내 면세사업 주요 고객인 중국인을 흡수해 면세품으로 사업을 하게 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시내점까지 진출, 국내 면세시장에서 덩치를 키우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글로벌 공항 경쟁 입찰에 해외 면세 사업자가 참여하는 것이 특별할 일은 아니지만, 이들이 이토록 긴장하는 데는 국내 면세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면세 사업이 큰 변화를 겪으며 재부각된 국내 면세점의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의존 문제와 이 같은 판매 방식을 비판하면서 한국 시내점에서 철수하는 명품 브랜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 없이 치고 들어온 중국 1위 사업자를 둘러싼 업계의 현황과 해결책을 짚어봤다.


한국면세점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연간 매출은 17조8164억원. 엔데믹에 하늘길이 하나둘 열리고 서울 명동, 삼성동 등엔 관광이나 비즈니스를 위해 방문한 외국인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던 한 해였지만 면세점 연간 매출은 직전 해인 2021년 수준(17조8334억원)도 넘어서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매출(24조8586억원)의 71.7%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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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궁 매출 비중 절대적…송객수수료 자정 작용 한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5조5052억원까지 미끄러졌던 국내 면세점 연간 매출은 2021년 소폭 회복한 이후 지난해 비슷한 수준을 이어간 건데, 업계에선 이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라고 봤다. 중국이 봉쇄정책을 고수하면서 국가 간 이동이 제한, 따이궁 매출 역시 감소했다는 것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의 한국 여행이 급감하면서 면세업계는 여행사가 따이궁을 면세점으로 보내면 따이궁 매출의 일정 부분을 송객수수료로 지급하는 형태의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19 영향권에 있는 동안 국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면세점의 이 따이궁 의존도는 더 커져 전체 매출의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들을 붙잡기 위한 송객수수료 출혈 경쟁은 제살깎아먹기 수준으로 치달았다.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후발주자까지 가세한 경쟁 격화에 따이궁 송객수수료율은 코로나19 이전 10% 중반대에서 한때 40% 후반까지 치솟았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면세점이 지출한 송객수수료는 3조8745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21.7%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5.30%에서 2년 만에 비중이 급증했다. 지난해엔 4조원을 훌쩍 웃돌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텔신라가 공개한 지난해 1~3분기 알선 수수료는 1조4526억원으로 이미 2021년 연간 수수료(1조628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알선 수수료의 90%가량이 따이궁 송객수수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업계 전체의 송객수수료 역시 큰 폭 뛰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열 경쟁에 관세청이 면세산업 민·관 협의체를 출범, 중재에 나서면서 업계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들어 매출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낮춰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30%대로 내려선 송객수수료는 올해 말께 20%대로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업계 자정작용에 기대게 되면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공격적인 수수료율 책정으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따이궁 비중이 절대적인 근본적 매출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변화는 쉽지 않단 얘기다. 한국면세점협회는 대책 마련을 위해 이달 업체별 송객수수료 지급 현황·방식에 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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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궁 재판매 품위 유지 안 돼…韓 시내점 떠나는 명품

입점 지역 및 브랜드를 앞세워 규모의 경제로 업을 순환시키는 면세점은 어떤 브랜드를 유치했는지, 어디서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지를 뚫기도 하고, 새 브랜드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판매 채널 제한 정책은 국내 면세 사업자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여기서도 따이궁 매출 집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명품 브랜드는 코로나19발 유동성의 시대를 거치면서 구매력이 커진 잠재 고객이 늘자, 판매 채널을 제한해 상품의 가치와 희소성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들은 따이궁이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사들여 중국에서 재판매하는 방식에 비판적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은 향후 공항 위주 면세점 운영에 나서겠다며 롯데면세점 부산·제주, 신라면세점 제주 등에서 철수, 점진적인 국내 시내점 영업 중단에 나섰다.


엔데믹 시대 해외여행 재개 속 면세 사업자의 명품 입점 여부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향후 매출처 다변화를 위한 국내 면세점의 해외 진출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요소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국내 면세점 고객을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비용 등에서 따이궁 송객수수료 과열 경쟁 등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맞물려야 한다.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외 시장 강화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으나 이 역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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