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 후원 남녀 대회
총상금 규모 전년 대비 증액
공격 투자로 PGA·LPGA 등과 경쟁

사우디아라비아 자본, 이른바 '오일머니'가 골프계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남녀 투어 판도를 흔들고 있다. 기존 대회와 비교해 5배 안팎으로 상금 규모를 키우면서 이름난 선수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등이 쌓아 올린 영향력에 맞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자, 이를 견제하려는 '정통 투어'의 움직임도 확산하는 추세다. 텔레비전 중계권 확보와 세계랭킹 포인트 부여 등 성장을 위한 걸림돌도 분명하지만, 오일머니의 공세를 불편하게 바라보던 시선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로고[사진출처=EPA 연합뉴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로고[사진출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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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금 규모 압도, 메이저대회에 버금

16일부터 나흘간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6295야드)에서 열리는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은 총상금이 지난해보다 5배 오른 500만 달러(약 64억원)다. 우승상금도 지난해 13만 달러(약 1억6500만원)에서 75만 달러(약 9억5000만원)로 커졌다.

이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한다. 지난해 LET가 개최한 12개 대회의 총상금이 평균 30만 유로(약 4억1000만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오일머니의 투자 의욕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지난해 LPGA투어가 소화한 34개 대회의 총상금 평균은 275만 달러였고, 올 시즌에도 33개 대회의 총상금 평균이 307만2800달러로 이보다 적다. 미국 골프위크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이)많은 선수들에게 인생을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남자부에서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LIV 골프)가 상금 규모를 확대해 새 시즌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LIV 골프도 PIF의 후원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8개 대회에 총상금 2억5500만 달러(약 3147억원)를 걸었고, 올해는 14개 대회 총상금 4억500만 달러(약 5165억원)로 판이 커졌다. LIV 골프와 대척점에 있는 PGA투어는 2022~2023시즌 47개 대회에 총상금 4억1500만 달러(약 5293억원)를 쏟는다. 대회 수는 LIV 골프가 30개 이상 적지만 총상금 규모는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세계 골프 판도 흔드는 '오일머니'…상금규모 5배 키워 원본보기 아이콘
특급 선수 '유입 vs 지키기' 경쟁

총상금이 늘면서 오일머니가 후원하는 대회의 참가 열기도 달아올랐다.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는 모두 120명이 참가하는데, 여자 골프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비롯해 세계랭킹 300위 이내 선수 가운데 50명이 출전한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LPGA투어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뛰지 않았다.

골프를 겨냥한 사우디 자본의 투자가 국가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스포츠워싱'이라고 우려하던 메건 매클래런(잉글랜드)도 막대한 자금력에 기존보다 완화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국 돈이 힘이고 우리는 그것이 진실인 세상에 살고 있다"며 "최고의 골퍼가 되기 위해 경쟁의 기회를 활용하고 재정 상황이 나아져야만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GA투어는 주축 선수들이 LIV 골프로 이탈하자 자신들이 주최하는 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대학생이나 아마추어 등 유망주들도 LIV 골프 등 승인받지 않은 대회에 나서면 1년간 PGA투어의 모든 공인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별개로 2022~2023시즌 17개 대회를 ‘특급 대회’로 지정하고 총상금을 1500만~2000만 달러로 상향했다. 지난 시즌 PGA투어 선수 영향력 지표 20위 안에 상위 랭커는 이들 대회 가운데 1개만 제외하고 모두 참가해야 한다.


이 밖에 PGA투어 '지지파'인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난해 8월 벤처기업 TMRW 스포츠를 합작 설립하고 내년 1월부터 스크린골프 리그(TGL)를 신설하기로 했다. LIV 골프로부터 주축 선수들을 지키기 위한 포석이다.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욘 람(스페인), 콜린 모리카와(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 메이저대회 챔피언들이 리그 합류를 약속했다.


찰 슈워젤(남아프리카공화국·오른쪽)이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세인트 올번의 센추리온 클럽(파70)에서 열린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고 있다.[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찰 슈워젤(남아프리카공화국·오른쪽)이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세인트 올번의 센추리온 클럽(파70)에서 열린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고 있다.[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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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勢확장…과제·견제 극복해야

오일머니로 무장한 PIF는 골프뿐 아니라 스포츠계에서 세(勢)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하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PIF가 주도한 컨소시엄은 2021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3억500만 파운드(약 46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카타르가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FIFA 월드컵을 무리 없이 개최하면서 외교 무대에서 이미지를 각인시킨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끈다. 자금 규모가 6000억 달러(약 767조원)에 달한다. PIF는 빈 살만 왕세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시작한 2017년 9월부터 2021년 말까지 연평균 12%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데이터 분석 회사 ‘글로벌 SWF’가 분석한 세계 국부펀드 평균 수익률 9%보다 높은 수치다.


LIV 골프는 시리즈 운영을 위해 4억 달러(약 5100억원) 이상의 시드머니를 확보했다. 관건은 수익이다. 골프대회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득인 중계권료와 후원사 유치가 난항이다. 올해 미국 방송사 CW 네트워크와 다년 중계방송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시리즈를 출범하고 미국 내에 중계방송을 해줄 방송사가 없어서 자체 웹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경기를 보여줬다. PGA 투어는 이미 CBS, NBC, ESPN+ 등 주요 방송사와 2030년까지 중계 계약을 마쳤다. 계약금만 연간 7억 달러(약 9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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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하는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PGA투어와 DP 월드투어, 4대 메이저 대회 대표들이 심사하는 랭킹포인트가 LIV 골프에는 주어지지 않아 지난해 이적한 선수들의 세계 랭킹이 크게 떨어졌다. 선수들은 돈과 명예라는 선택지를 두고 고심해야 했다. 다만 그동안 LIV 골프 랭킹 포인트 지급에 부정적이었던 제이 모너핸 PGA 커미셔너가 올해부터 심사에서 빠지기로 해 기류가 바뀔지 주목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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