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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공중에 던져진 식판에서 물리학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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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천재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파인먼.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이하 MIT)과 프린스턴에서 전자(e)의 작용이 최소작용의 원리를 따른다는 것을 밝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했으며, 코넬에서 파인먼 다이어그램을 고안해 입자 간 상호작용 방식을 단순화시켰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하 캘테크)에서 오늘날 반도체 기술의 기반이 되는 양자전기역학을 완성했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몇 번씩이나 큰 수술을 받는 순간에도 끈이론 연구를 이어갔으며, 죽기 직전까지 챌린저호 참사의 진상을 밝혔다. 나노기술의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었으며, 친구였던 분자생물학자 막스 델브뤽의 연구실에서 DNA 돌연변이 기제를 밝히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삶을 파고든다.

[책 한 모금]공중에 던져진 식판에서 물리학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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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지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파인먼의 주특기는 실용적 지식이었다. 파인먼에게 지식이란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성취하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물리학자들이 유럽 문명의 전통하에서 교육받고 성장했지만, 파인먼은 그림을 감상한 적이 없고 음악도 들어본 적이 없으며 교양서적은 물론 과학책마저도 읽지 않았다. 다른 과학자들이 그에게 뭐든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하면 아주 질색하는 통에 그들을 몹시 당혹스럽게 만들곤 했다. 그래도 그의 학습 능력은 놀라워서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해서든 배우고야 말았다. 편견 없이 지식을 추구했다는 이야기이다. 안식년에는 생물학에 관심을 가져, 유전학자들이 DNA 변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작지만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언젠가는 “길이 64분의 1인치 미만의 초소형 전기모터를 만들어 보라”라며 1,000달러의 상금을 공개적으로 내걸었다(실제로 상금을 줬다). 이처럼 일찌감치 초소형 기계의 가능성을 떠올린 덕분에 자칭 나노기술자라는 사람들의 지적 아버지가 되었다. - 28쪽


성인이 된 파인먼은 과학자들에게 물었다. “대재앙이 일어나 모든 과학지식이 사라졌다고 합시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다음 세대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줘야 한다면, 뭐라고 말할 건가요? 뭐라고 남겨야 우리가 이 세계에 대해 이해한 바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파인먼이 제시한 모범답안은 다음과 같다. “만물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미세한 입자를 말하며 이 입자들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면 서로 잡아당기지만, 너무 바짝 다가서면 서로 밀치는 성질이 있다.”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을 달았다. “약간의 상상력과 사고력만 발휘해도 이 한 문장에 담긴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 67쪽

며칠 후 파인먼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가장자리에 학교 문장이 새겨진 식판을 누군가가 공중으로 던졌다. 접시가 날아가는 순간 그가 품었던 오랜 의문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여길만한 경험을 했다. 접시가 회전할 때, 흔들거렸다. 학교 문장 때문에 파인먼은 접시의 회전과 흔들림이 동시적이지 않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에게는 이 두 가지 형태의 회전이 서로 관련 있는 것처럼 보였다(물리학자로서의 직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파인먼은 ‘이제 놀아봐야겠다’고 혼잣말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종이에 계산해보려 했다. 이 문제는 의외로 복잡했지만 라그랑지안과 최소작용원리를 사용해서 흔들림과 회전의 관계가 2:1의 비율임을 알아냈다. - 379쪽


파인먼 평전 | 제임스 글릭 지음 | 양병찬김민수 옮김 | 756쪽 | 4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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