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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에너지전쟁]탈세계화와 에너지 수급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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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립 속에서 세계화가 후퇴하고 블록 경제 출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비교우위에 기초한 국가 분업을 가능하게 했고, 국적과 관계없이 가장 싼 원자재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탈세계화의 동력만큼이나 그것을 유지하려는 힘도 강하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그 두 개의 힘이 가장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이 충돌이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지웅의 에너지전쟁]탈세계화와 에너지 수급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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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의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러시아의 원유 수출 물량은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월 대비 약 14% 증가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인도였다. 인도는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라는 같은 목표를 갖는다. 그래서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 협의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략적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양국이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인도는 지난해 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 성장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도에 경제 성장과 민생 안정은 어느 가치보다도 우선한다. 따라서 어떠한 외교적, 정치적 거래로도 인도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중단을 요청하기 어렵다.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재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구는 러시아산 원유에 제재를 단행했지만 일본은 사할린 원유에만 가격상한제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미국과 EU에 요청했다. 러시아 전비 조달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 일본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사할린-1’과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도 잔류 결정을 내렸다. 엑손모빌과 셸 등 사할린의 주요 자원개발업체들이 철수하는 와중에도 일본은 러시아와 협력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외교정책의 근간은 미·일 동맹이고, 일본은 G7의 일원으로서 서구가 주도하는 국제정세 흐름을 따라왔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에서만큼은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있다.

독일도 국제정치보다 안정적 에너지 도입을 우선하는 정책을 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약 3개월 전인 2021년 11월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대형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가 완공됐다. 건설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되길 자처한다"며 건설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직도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세계화와 탈세계화가 충돌할 때 에너지 자원의 확보는 국제 분쟁과 협력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전기료, 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 상승도 분쟁에 기인한 부문이 적지 않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원유 수입 대국으로 국제정세가 그어놓은 선을 어떻게든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국은 인도, 일본 등과 달리 미국과 EU의 제재를 잘 이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고, 2020년부터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이란산 원유 도입도 멈췄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에서 완전한 탈세계화가 불가능함을 주요 소비국들은 보여준다. 다만 비용을 늘릴 뿐이다. 향후 분쟁이 비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가격 변화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 공급 양쪽 모두에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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