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안연대' 후폭풍…安 6일 오후 일정 중단
安, 정치 입문 후 수차례 잠행 경험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공개 일정을 잠정 중단하면서 그의 과거 잠적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안 의원은 정치 입문 11년 동안 여러 차례의 잠행·칩거를 반복해왔는데, 안 의원의 회피성 행보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안 의원은 6일 오후 공개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안 의원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안 의원 일부 일정 순연은 상황 점검 및 정국 구상을 위해 조정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전 녹화된 방송 출연을 제외하고 무료 배식 봉사를 포함한 나머지 일정이 취소됐다.
안 의원의 갑작스러운 일정 중단은 대통령실과 빚고 있는 갈등 때문이다. 앞서 안 의원은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안 의원을 향해 '적',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고, 안 의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실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일정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안 의원은 정계 입문 10여년 동안 잠정이나 칩거로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잦은 편이다. 첫 잠행은 2012년 11월23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도중 사퇴한 후인데, 안 의원은 대선을 2주 정도 앞둔 같은 해 12월6일이 돼서야 문 후보를 돕겠다고 선언했다.
대선 후보직 사퇴 후 안 의원이 보인 일련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한상진)의 '18대 대선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안 후보의 돌연한 후보 사퇴, 2주간의 잠적, 그 뒤 특이한 방식의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 대선 당일 날의 미국 출국에 관해 공감하는 비율은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경우에서도 각각 43.0%, 39.9%, 47.5%, 43.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후 ▲2015년 12월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전 일주일간 잠행 ▲ 2018년 7월12일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정계 일선에서 후퇴, 1년여간 해외에서 잠행 ▲ 2022년 4월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각 인선 갈등으로 하루 결근 등이 있다.
특히 2018년 잠행에서는 안 의원의 '줄행랑'이 논란이 됐다. 같은 해 8월 안 후보가 건물 비상계단으로 도망가는 듯한 모습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포착된 것이다. 당시 안 의원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독일로 출국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에 머무르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후 안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빈 사무실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치인들은 불거진 사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선거 패배 등으로 낙담한 상황 속 잠행을 선택한다. 정치인 본인에게는 일종의 숨 고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정치적 잠행은 극적 효과를 키우기도 한다. 2021년 11월29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구성 문제 등으로 윤 후보 측과 마찰을 빚다 돌연 잠적을 택했다. 하지만 나흘 만에 울산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극적 화해했다. 내홍이 봉합되면서 갈등으로 야기된 당내 우려와 '윤석열 리더십' 비판을 잠재우는 효과를 낳았다.
한편 안 의원은 7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 등은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이날 비전 발표회를 거쳐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다. 선관위는 오는 10일 당 대표 후보 4인, 최고위원 후보 8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 4인 등 본경선 최종 진출자를 발표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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