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규제당국이 월가에서 '왓츠앱'과 같은 비공식 메시지 앱을 이용해 업무 관련 정보를 교환·유출하는 관행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은행가만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 대상 범위도 자산운용, 투자자문, 투자신탁 등 다방면으로 확장시키며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월가 주요 헤지펀드사 직원들이 개인 휴대폰에 있는 왓츠앱을 이용해 거래 관련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EC는 최근 헤지펀드계의 대부 스티븐 코언이 이끄는 포인트72 애셋 매니지먼트, 켄 그리핀이 세운 시타델 등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내부 조사를 요청했다.
SEC는 월가에서 투자자문, 자산운용, 사모펀드(PEF)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직원들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이번 조치는 왓츠앱이라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투자와 거래 관련 업무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관행이 증권거래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왓츠앱은 우리나라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프라이버시 기능이 강화된 텔레그램과 프로그램 구조가 유사해 월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겐슬러가 이끄는 SEC는 이들의 컴플라이언스(준법) 업무에서 벗어난 부실한 업무 관행에 대한 규제기관의 선제적 조사가 횡령이나 사기 같은 위법 행위를 막을 수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SEC는 월가 대표 투자은행(IB) JP모건 소속 임직원이 준법 업무 규정을 어기게 방치한 책임을 물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0개 이상의 대형 IB에서 총 20억달러의 과징금을 받아냈다.
이 같은 규제 움직임에 모건스탠리는 최근 업무와 관련해 사내 메신저나 공식 이메일이 아닌 개인 메신저를 사용한 소속 직원에게 자체적으로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100만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전송된 메시지 수, 직급이나 근속연수, 재발 여부 등에 따라 벌금 액수가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SEC는 기존 은행 분야에 집중됐던 증권거래법 집행 대상을 투자자문, 자산관리, 자산신탁 등의 분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산관리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고객 확보나 거래 성사를 위해 비공식 통신 수단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SEC가 공개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모바일 메시지 앱을 통한 업무가 일반화되면서 규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판단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월가 금융사를 대상으로 허술한 조직 관리나 잠재적인 불법 행위 등 각종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 움직임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로펌 모세 싱어의 하워드 피셔 변호사는 "SEC의 조사가 주식 시장을 넘어 금융 서비스 전 부문 구석구석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비대면 업무 환경 증가로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비공식 통신 수단 사용이 증가하면서 조사 규모가 확대되고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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