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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춘절과 설날, 그리고 문화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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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유엔(UN)이 발행한 설 기념 우표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기념해 발행하는 우표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는 표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음력설(Lunar new year)’을 쇠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설날이 중국만의 명절이 아니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앞서 애플과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새해 이벤트를 공지하면서 ‘중국 설날(Chinese New Year)’이란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장 인구가 많고 시장 규모도 큰 중국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를 이루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구인들의 인식 속에서 음력설 전체가 중국의 명절로만 각인된 탓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음력설을 ‘춘제(春節)’라고 부르고 영어로 번역할 때도 ‘Spring Festival’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새해는 사실 양력 1월1일에 기념하고 춘제는 이와 별도로 연중 최대 명절로 따로 지낸다. 상고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축제에서 비롯됐다는 춘제는 사실 왕조가 교체될 때마다 10월부터 12월까지 개최 날짜도 자주 바뀌다가 약 2000년 전인 한나라 때부터 음력 1월1일로 고정됐다고 한다. 설날과는 유래부터 의미까지 아예 완전히 다른 명절인 셈이다.


유엔(UN)에서 발행한 계묘년(癸卯年) 설 기념 우표의 모습.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단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이미지출처=서경덕 교수 SNS 캡처]

유엔(UN)에서 발행한 계묘년(癸卯年) 설 기념 우표의 모습.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단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이미지출처=서경덕 교수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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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3가지 설날이 혼재한다. 중국계, 인도계, 이슬람계 주민들이 사용하는 음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새해 첫날도 다르다. 그래서 춘제와 함께 힌두교 설날과 이슬람교 설날까지 모두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각국마다의 독특한 문화적 특색이 들어있는 설날을 ‘중국 설날’이란 용어에 가둬버리는 것은 중국 이외 국가들 입장에선 문화적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유대계 미국인들이 수십 년에 걸쳐 미디어를 움직여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를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어 명절이나 한복, 김치와 같은 문화공정의 여파까지 받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결코 작은 일로만 여길 수가 없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작은 문화적인 충돌이 모여 결국 민족정체성과 영유권 분쟁까지 모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동해(East Sea)’ 표기 논란이다. ‘일본해(Sea of Japan)’ 병기 논란으로 인해 흔히 일본과의 문제로만 인식돼 있지만, 실제로 이 논란이 커진 이유는 중국에서 우리 서해를 동해라고 해도에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동해로 표기해 온 바다와 분류하기 위해 외국의 해도에서 일본해라는 표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서해도 여전히 한·중·일 3국간에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놓고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서 항상 언급되는 명분은 역사적 ‘연고성’이다.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연고성도 1403년, 중국 명나라 때 류쿠국(현재 오키나와)으로 가던 사신들이 여기서 옷을 갈아입었다는 기록에서 근거한다.

중국과 일본이 정부까지 직접 나서서 괜히 생소한 명절이나 의상, 음식까지 거론하며 모두 자기네 문화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정작 이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 정부의 체계적인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류의 세계화로 우리 문화의 확장에만 전념할 게 아니라 방어에도 신경써야할 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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