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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고전명작에 투영한 지금 우리 사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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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걸리버스' 김현탁 연출·곽영현 배우 인터뷰
시대에 쫓기는 청춘들, 이태원 참사 등 사회 문제 투영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일상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을 거쳐 최근에는 이용자 4명 중 1명이 중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분야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4.2%로 나타났다.


김현탁 연출은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인공을 떠올렸다. 그는 여기에 18세기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겪는 이야기를 차용해 동시대 삶의 이야기로 펼친 연극 ‘걸리버스’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59회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의 주인공인 김현탁 연출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곽영현 배우는 ‘걸리버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 특히 앞선 세대로부터 쫓기는 청춘의 심리 등을 몸과 움직임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연극 연출가 김현탁과 배우 곽영현./김현민 기자 kimhyun81@

연극 연출가 김현탁과 배우 곽영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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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스는 어떤 작품인가.

▲김현탁 : 스마트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주인공이 스마트폰으로 들어가 앱이 되는 컨셉으로 작업하다가 문득 지금 우리에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인공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걸 붙들고 원래 컨셉으로 진행하던 중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여러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지금 (준비하던) 이야기를 고집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대 이야기를 담는 동시에 걸리버가 소인국에 가서 겪는 이야기에서 우리가 소인이 된 느낌, 어딘가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을 걸리버 여행기에 투영해보고자, 걸리버보다 소인들의 입장에 다가가 작품을 완성하게 됐다.


-사회적 사건·사고 이야기를 연극에 즉시 반영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 같은데.

▲김현탁 : 지금까지 연극을 하면서 항상 생각한 주제기도 한데 지금, 동시대 이야기만큼 연극에 힘을 주는 요소가 없다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일의 에너지. 그걸 연극에 반영해 극이 힘을 받는 걸 좋아한다. 작품 시작부터 계획한 건 아닌데, 늘 지금 벌어지는 사건을 작품에 담기위해 노력하고 그런 작업이 내겐 익숙하다. 이런 작업방식은 극을 더 힘 있게 나가게 하는 촉발제 역할을 한다.


-정해진 내용에 지금 발생한 일을 반영하다 보면 배우 입장에서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는지.

▲곽영현 : 연출께서 즉각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사유하고 방법을 작품 속에서 찾아 나가는 작업을 많이 하시고, 우리 극단(성북동 비둘기) 단원들은 그 방식에 익숙해진 것 같다. 다른 곳과는 작업 주제와 과정이 다른 것 같은데, 배우의 몸도 하나의 언어로 생각하는 작업을 통해 지금은 무대에서 배우가 상상하면서 구현하는 방식에 특화됐다고 생각한다. 걸리버스의 경우에도 배우가 마이크나 조명기가 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몸의 언어를 강조하다 보니 체력도 기르게 되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연극 연출가 김현탁과 배우 곽영현./김현민 기자 kimhyun81@

연극 연출가 김현탁과 배우 곽영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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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는 창작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김현탁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 특별히 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단 안 하는 것을 버티지 못해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작업을 구상할 때도 생각이 나는 것들을 구체화해서 공연 중에도 낮 연습 시간에 이 이야기를 반영하는 게 가능할까를 타진한다. 바로 일어나는 일, 거기서 오는 에너지를 관객과 나누기 위해 적용하는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다작이 된다. 작품을 마치고도 보통 2~3주 쉬고 나면 바로 다음 작품 구상에 들어가는 편이다.


-신체 변화에 대한 독특한 연출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김현탁 : 처음 연출을 맡았을 때부터 무대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 그래서 내게 연극은 처음부터 빈 공간, 무대의 가난함을 체감했다. 오로지 배우만 있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을 거듭했다. 연극이론과 공부했던 걸 다 떠나 배우들을 연결해 조명 필요 없이 암전 효과를 내고, 사람이 보이게 하는 방향까지 배우를 통해 연출하면서 배우의 움직임을 터득하게 됐다. 인물로서의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인물이 사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걸 가능하게 하는 배우, 그 지점이 멋있게 느껴졌고 그래서 집중하게 됐다. 일례로 (오늘 함께한) 곽영현 배우의 경우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을 품은 배우다. 걸리버스에 등장하는 12명의 청춘 배우 중 메인으로 장면마다 끌고 가는 역할을 맡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성실하고 훌륭하게 소화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배우라고 느꼈다.(웃음)


연극 연출가 김현탁과 배우 곽영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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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면서 연극에서 느끼는 매력, 그리고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곽영현 : 극단에 입단한 지 4년이 됐는데, 연극에 임하는 자세와 단원들과 연출님의 애정어린 마음을 느끼고 함께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을 쌓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연기를 전공하면서도 매체보다 연극을 더 좋아했다. 학문적으로도, 또 무대에서도 연극을 보고 직접 할 때 가장 짜릿하고 황홀한 기분과 함께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 극단이 올리는 작품들이 연출적 상상력이 굉장히 좋아서 틀을 깨는 사고를 할 수 있고, 작품을 편식하기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점에선 어렵지만, 이 또한 하나의 성장통이라 느꼈다.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현탁 : 스페인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주소에 대해, 이들이 하는 아르바이트가 무대에서 계속 연결되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메디아 온 미디어’도 올해 11월 뉴욕 초청공연으로 준비하고 있다. 내가 난독증이 있어서 책을 끝까지 다 못 읽는데, 인터넷을 통해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 그 외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면 이걸 연결하는 작업에 익숙해졌다. 글을 잘 못 읽는 게 연극과 내용을 다른 경로를 통해 빠르게 흡수하고 현실의 다양한 이야기를 빨리 작품에 반영해 자주 할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이 깊어진 것이 소명 의식이 됐다. 이런 작업을 잘 소화하는 단원들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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