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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세네카, '철학자의 위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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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한다. 이번 주엔 고대 로마시대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철학자의 위로> 중 일부를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가족의 죽음이나 추방을 견뎌야 했던 이들을 위로하던 이 서간문은 오늘날 트라우마와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우리에게도 고통을 피하거나 외면하려 하지 말고 치열하게 맞서 이겨내라고 조언한다. 글자수 104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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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슬픔과 싸우기로 결심했어요.


또한 지치고 기진해 버린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제는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 습관처럼 흘러내리는 그 눈물을 멈출 거예요. 가능하다면 나의 처방을 기꺼워하는 당신과 함께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혹여 당신 맘에 들지 않더라도, 당신이 아들의 자리를 대신해 남겨 놓은 당신의 슬픔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다 해도 그 슬픔과 싸우겠습니다.

그 마지막은 어떨까요? 모든 시도는 허무하게 끝났지요. 이를테면 친구들의 달콤한 위로도, 당신의 위대한 친척들의 권위도 지겨워졌을 뿐이죠. 학문도, 아버님의 훌륭한 유산인 그 학문들도 닫혀 버린 당신의 귀를 속절없이, 거의 찰나의 시간에나 쓸모 있었던 위로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크나큰 고통조차 가볍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라는 저 자연의 치료제도 당신 안에서는 그 힘을 잃었지요.


이미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처음 그 충격으로부터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슬픔은 스스로 새로워져 나날이 강해지고, 이제는 그 오래된 시간이 스스로 법칙을 만들어 그만두는 것이 추하다 여겨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악덕이 머리를 치켜드는 동안 억누르지 않으면 깊이 뿌리내리는 것처럼, 이 슬픔도 그처럼 가련하게 그리고 스스로 광기에 휩싸여 결국 괴로움과 함께 자라나, 불행한 정신의 왜곡된 쾌락인 고통으로 변모하지요.


그래서 초기였으면 이런 치료법으로 접근하려 했을 거예요. 아직 생겨나는 단계에서는 더 가벼운 약으로도 그 힘이 억제되었겠지요. 반면 오래되면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합니다.

피가 나지 않으면 상처를 치료하기도 쉽지요. 하지만 염증이 덧나 악화되면 불로 지지기도 하고 깊은 곳까지 드러내기도 하며,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짚어 보기도 합니다. 이제 나는 듣기 좋은 말로도, 부드러운 방식으로도 그처럼 오랜 고통을 공격할 수가 없어요. 깨부수어야 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고하려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침에서 시작해서 예시로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관습을 바꿔 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사람이 다르면 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니까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이세운 옮김, <철학자의 위로>(민음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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