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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도시로 간 아기염소…김성동의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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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충남 보령 시골에서 아기염소 ‘빼빼’가 도시를 거치며 사람 세상에서 죽는 동안의 이야기다. 1981년 도서출판 백제에서 첫 출간하고, 2002년 청년사에서 ‘염소’란 이름을 재출간 것을 완전개정판으로 다시 내놓았다. 전작과의 주요한 차이는 책 맨 뒤 ‘업(業)’이라는 꽤 긴 글 뭉텅이를 빼고, 저자의 ‘글지말(머리말 격의 세 개의 글)’을 추가한 것이다. 소설 ‘만다라’로 잘 알려진 김성동 소설가가 지난해 9월25일 별세하기 전까지 잡고 있던 책이다.

[책 한 모금]도시로 간 아기염소…김성동의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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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다물어지고, 날카로운 철삿줄이 턱살을 파고듭니다. 아무리 흔들어봐도 입은 벌어지지 않고, 나는 뱉어낼 길 없는 뜨거운 숨을 콧구멍으로 내뿜으면서 뚫어져라 눈을 부릅뜹니다. <28쪽>

그날 닭이 울부짖는 것을 뒤로하고 얼마쯤 걸어갔을 때, 갑자기 넓은 빈터가 나타났습니다. 빈터에는 수십 마리 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는 돼지며 개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엄돌이 아버지와 헤어지게 됐습니다. 몇 장 종이쪽을 받아든 엄돌이 아버지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다음 등을 보였고, 나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끌려 정거장으로 갔습니다. 고동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79쪽>


눈 깜빡할 사이에, 시퍼런 불덩이가 뚝뚝 떨어지던 늙은 염소 눈빛이 떠올랐습니다. 어리석은 놈, 죽을 때까지 끌려나 다니거라. 나는 숨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네 발에 힘을 모았습니다. <129쪽>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 | 김성동 지음 | 이진하 그림 | 이서방 | 160쪽 | 2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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