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최고치 뚫은 물가…내년 ‘상고하저’ 전망
올해 물가상승률 5.1%…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문제원 기자] “안 오른 게 없다.”
물가는 올해 경제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말 그대로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고자 금리를 계속 올렸고, 정부는 유류세 인하 등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 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국민들은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할 때 매달 치솟는 물가를 체감했다. 국민이 실제 느끼는 체감물가는 대개 공식 물가 통계보다 높은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살림살이 충격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7.5%) 이후 최고치다. 물가가 2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5.4%를 기록한 후 이달까지 8개월 연속 5%대를 기록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7%대로 치솟기도 했다.
특히 먹고 사는 문제와 밀접한 품목의 물가 상승폭이 컸다. 올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각각 지난해보다 5.4%, 7.8%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농산물(2.4%), 축산물(6%), 수산물(3.4%)이 일제히 오르며 3.8%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돼지고기(8.1%), 수입쇠고기(18.3%), 닭고기(13.8%), 배추(35.7%), 귤(16.8%), 포도(17.2%), 딸기(14.3%) 등의 품목이 크게 올랐다.
공급망 불안 여파
올해 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렸고, 원유·가스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올해 휘발유(13.6%), 경유(31.9%),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15.9%) 등 석유류 물가가 지난해보다 22.2% 오른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 물가 상승률은 6.9%를 기록했다.
에너지 값 급등으로 인한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치솟는 물가에 부채질을 했다. 올해 전기·가스·수도는 전기요금(12.9%)과 도시가스(15.8%)가 큰 폭으로 오르며 12.6% 증가했다. 전기·가스·수도 통계가 별도로 작성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내년 ‘상고하저’ 전망
물론 이 같은 고물가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미국 등 주요국 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빚어진 공급망 불안 직격탄을 맞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과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8.2%, 8.9%로 8%대의 고물가를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 상승률도 8.3%로 상황은 비슷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불안과 공급망 차질 등이 나타나며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한국은) 대외 충격의 국내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이 결부돼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물가다. 정부는 내년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에는 4%대, 하반기에는 3%대를 기록해 최종적으로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현 흐름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내년에는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만큼 내년에 기저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서민 경제와 직결된 전기·가스요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전기·가스요금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2022 하반기 물가설명회서 발언하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2.20 [공동취재]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원본보기 아이콘통화정책 기조 주목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1월 금통위에서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5%로 맞춘 뒤 물가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물가가 예상보다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최종 금리 수준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달만 봐도 전기·가스·수도가 23.2% 올랐고, 가공식품은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인 10.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물가도 여전히 8%를 웃도는 중이다. 명절 효과로 농수산물 상승폭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내년 경기 침체 속도와 중국의 '위드 코로나'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내년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통화긴축 기조가 완화되겠지만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으로 경기가 되살아나면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서울 한은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유가 추이, 중국내 방역조치 완화,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