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12월의 아르헨티나는 뜨거웠다. 뜨거운 태양, 월드컵과 함께. 지구 반대편, 메시 혹은 마라도나로만 기억되던 아르헨티나. 이 나라를 떠올리면 생각날 단어가 하나 더 생겼다. 리튬. 지난 10일 한국 인천공항을 출발해 비행기 세 번과 경비행기까지 탄 끝에 도착한 아르헨티나 살타주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해발 4000m에 위치해 있다. 포스코는 항공 거리로 2만㎞가 떨어진 이곳에서 지하 수백m 깊이에 부존한 염수를 뽑아내고 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직접 가보니 이곳에는 사업을 ‘할 이유’보다 사업을 ‘못 할 이유’를 찾기 쉬웠다. 먼저, 사람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다. 염호지대는 황량한 고원 지대인 ‘푸나’에 자리잡았는데 동·식물조차 생존하기 힘들 정도로 척박했다. 몇걸음만 떼도 숨이 가빠오고 어지러워 대화조차 힘들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살타에서 차로 8시간 떨어진 이곳에 포스코 그룹은 온갖 중장비를 가져와 공장을 짓고 직원들이 숙식을 해결할 숙소동까지 지으며 터를 닦았다.
또, 정치와 금융이 불안정하다. 정치권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 득세했고 이로 인해 금융까지 불안정해 온갖 경영 리스크가 있다. 수차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천억원 이상 투자하지 않으면 아르헨티나 내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해외로 외화를 가져가지 못하게 막는다. 수출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수출세’ 등 조세부담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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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리스크를 안고 포스코 그룹은 도전했다. 위험 속에서도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 가지는 가치를 내다봤고 앞세웠다. 중국·미국·호주 등 자본력을 가진 국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인 덕에 리튬 함량이 최고 수준인 염호의 광권을 인수했고 2030년 연산 10조원 규모의 리튬 사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매장량과 리튬 가격을 감안하면 향후 30년간 포스코그룹은 약 290조원 규모의 리튬을 생산해 수출할 수 있다. 특히 이틀을 꼬박 비행기로 날아가야만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외딴 고원에서 고산병과 싸운 끝에 리튬 사업을 해내고만 포스코인들. 이들은 ‘자원 빈국(貧國)’ 한국을 자원 대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산증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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