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야간 근무 시 혜택 주어지고 내근…불합리 아냐"
"여성, 안전 문제 취약"VS"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보는 성차별"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 근무를 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인권위 결정에 반대하는 김원재 성인권센터장은 21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남성 직원에게만 숙직 등 험한 일이 전가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미진 노동연대 기자는 "'남녀 간에 누가 더 많이 노동 부담을 가져갈 것인가'하는 프레임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과로 부담을 전반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권위는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 근무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금융기관 남성 직원 A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해당 금융기관의 야간 숙직은 한 차례 순찰을 제외하면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내근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일직과 비교해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볼 수 없는 데다, 야간 근무 종료 후 4시간의 보상 휴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남성 근로자에게만 현저히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며 "여성 직원 수가 증가하고 보안 시설이 발전하는 등 여성들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의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편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남성만 야간숙직해도 차별 아니다? 논쟁 번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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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김 센터장은 남성에게만 숙직 등 험한 일이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숙직 성차별 문제가 청년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것은 성 고정관념에 빠져서 남성에게만 (숙직을) 전담시킨다는 문제가 된 건데, 남성에게 힘든 일과 청소, 귀찮은 일을 시킨다는 이런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것이 당직 근무 여부를 결정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를 갖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해당 진정이 나온 곳은 금융기관,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관리하는 IT 전산센터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지 않았을뿐더러 그게 야간에 일어나는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남성 차별 정책을 실행하고 결정을 한다는 것은 헌법에서 결정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 숙직 제도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은 약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전제하에 나온 결정이다. 오히려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규탄해야 한다"며 "숙직을 하면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고 승진에서도 유리하지 않냐. 남성들에게만 규정을 하면 여성 수입과 승진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간 노동이 유산·사산율을 높일 수 있어 여성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육아의 문제 같은 경우에는 육아휴직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임신한 여성 직원의 경우에는 그걸 고려해서 숙직 제도를 운용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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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권위 결정에 동의하는 최미진 노동자연대 기자는 남녀 신체·사회적 조건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남녀의 신체적, 사회적 조건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늘리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결정에 반대하는 측이 여성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간과한다고 봤다. 그는 "신당역 사건 같은 경우에도 많은 사람이 충격과 공포를 금할 수가 없었다"며 "안전 문제는 비율상 실제 사건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느냐를 기준으로 보기보다는 언제든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 문제에 더 취약한 여성들을 보호할 대책 없이 숙직 근무를 부과하는 것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육아 부담 등 각종 차별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 결정이 여성을 수동적이고 나약한 보호 대상으로 보는 성차별 관념을 바탕으로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전 문제를 비롯해 여성들이 이미 사회에서 겪고 있는 차별과 부담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숙직이 강요되면 여성의 차별이나 부담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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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는 과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숙직 폐지 등 야간노동을 줄여가자는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남성들도 과로 부담을 줄여야 하는 문제이지 남녀 간에 누가 더 많이 노동 부담을 가져갈 것인가 이런 프레임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남성 직원이 맡던 부담을 여성 직원에게 넘기는 식이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시간의 단축,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 강도 완화 등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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