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 수요 둔화, 공급망 회복 지연 등 불확실한 경제환경

글로벌에 목숨건다면서 해외 인력 줄이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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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문채석 기자] 올해 수 조 단위의 글로벌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등 여파로 해외 임직원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외 인력을 줄이는 기업이 많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에서 기업이 당장 투자 비용을 늘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내년에도 해외 인력 확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을 정점으로 매년 해외 임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 임직원 수는 2017년 22만421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20만9925명, 2019년 18만5380명, 2020년 16만1607명, 2021년 15만5547명으로 빠르게 감소 중이다. 반면 국내 임직원 수는 2017년 9만6458명에서 2021년 11만112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해외 인력이 줄어든 주요 이유는 사업 철수와 정리다.

삼성전자의 중국 임직원 수는 2019년 2만명이 넘었지만 기업들의 탈(脫) 중국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2021년 1만7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스마트폰 공장과 PC 공장 철수 및 생산중단의 여파로 현지에서 채용한 제조 인력 수가 급감한 것이다. 동시에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일본 등에서도 2019년 12만명 인력이 2021년 9만4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유럽도 1만4000명에서 1만2700명으로 감소했다.


미주 지역과 아프리카 정도만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인력 수는 현지 제조 공장의 상황과 맞물려 돌아간다"며 "사업·공장을 철수하거나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현지 직원 수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 파견되는 국내 임직원(주재원)들의 경우도 공장 및 사업 구축 초기 단계에 급격히 늘지만, 공장 구축이 마무리되거나 사업이 철수하면 다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간 해외 지역전문가 파견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지역들도 많아 올해와 내년에도 해외 임직원 수는 크게 늘기 어려운 환경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32년 전통의 글로벌 현지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을 중단했다. 2019년 연말 선발돼 2020년 해외 파견이 확정됐던 100여명이 최근까지 대기 상태에 있다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입사 3년차 이상 직원을 1~2년간 해외로 보내 현지 언어는 물론 문화까지 익히게 한다. 현재까지 미국 중국 인도 등 80여개국 3500여명 지역전문가를 양성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글로벌기업으로 통하는 현대자동차 역시 해외 인력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해외 임직원 수는 2018년 5만4166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5만716명, 2020년 4만9383명, 2021년 5만325명으로 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과 비교해서는 북미 지역을 제외한 유럽, 중국, 인도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해외 임직원 수가 줄었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최근 몇년간 현대차가 해외공장을 추가로 늘리지 못한 점이 해외 인력을 확대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 임직원 상당수가 각 지역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군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악화와 업계간 경쟁 심화로 자동차 판매가 줄고 생산이 타격을 입으면 현지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해외 근무 임직원 수는 2018년 7617명에서 2021년 8229명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국내 임직원 수는 4000명 넘게 늘었다. 국내 충원 규모를 생각하면 해외인력 비중을 줄인 것이다. 두산도 해외인력이 2019년 1599명, 2020년 1314명, 2021년 720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반면 해외인력이 계속 증가하는 곳도 있다. LG전자는 해외인력이 2019년 1만9139명이었지만 2020년 2만907명, 2021년 2만2024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익의 극대화다. LG전자는 해외생산을 더 늘리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대로 해외인력을 줄이고 있는 기업들은 감원이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선 불경기라도 쉽게 직원을 줄이지 못한다. 하지만 해외에선 냉정하게 필요에 따라 사업을 접고 과감하게 직원을 해고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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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대기업들이 해외 각국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에 부흥해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 확대 계획을 마련했지만, 물가·환율·금리의 3고(高) 환경 속에 대규모 고용을 동반해야 하는 해외 투자 확대를 실행하기 어려워진 환경이다. 내년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양대 리스크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환율 상승세 지속이 꼽힌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미국, 유럽의 자국보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의 해외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 수요 둔화, 공급망 회복 지연 등 불확실한 경제환경이 계속되고 있어 해외 투자를 계획대로 확대하기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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