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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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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작가이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실천적 지성, 깊은 사유와 매혹적인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는 리베카 솔닛의 신작이다. 저자는 오웰이 풍자, 전체주의 비판, 권력과 억압에 대한 저항 등 사회의 부정성을 고발하는 것 못지않게 지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 기쁨을 추구하는 작가였음을 밝혀낸다.

[책 한 모금]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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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와 프로파간다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불유쾌한 사실들을 직면하는 것으로, 건조한 산문체와 굴하지 않는 정치적 견해로 유명하던 작가이다. 그런 그가 장미를 심었다. 사회주의자나 공리주의자, 실용주의자나 또 아니면 그저 실제적인 사람이 과일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놀랄 일이 못 된다. 과일나무는 가시적인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고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산물―물론 그 이상이지만―을 내니 말이다. 하지만 장미 한 그루를―또는 그가 1936년에 복구한 이 정원의 경우처럼 일곱 그루를, 그리고 나중에는 더 많이―심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p.27

그의 글에는 흉측한 것과 아름다운 것이 종종 공존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취재차 독일에 갔던 그는 보행자용 다리 근처에서 시신을 하나 발견했다. 그 다리는 슈투트가르트를 지나가는 강에 놓인 다리들 가운데 끝까지 폭파되지 않은 몇 개 중 하나였다. “죽은 독일 병사 한 명이 계단 발치에 드러누워 있었다. 얼굴은 밀랍처럼 노랬다. 가슴에는 누군가가 놓아둔 라일락 한 다발이 있었다. 사방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던 무렵이었다.”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그림 같은 장면이다. 노란 얼굴과 라일락, 죽음과 삶, 봄의 생기와 전쟁의 참상. p.47


오웰의 주목할 만한 성과는 전체주의가 자유와 인권뿐 아니라 언어와 의식에까지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적시하고 묘사한 것이다. 그의 작업이 너무나 강한 설득력을 지녔으므로, 그의 마지막 작품은 현재까지도 그림자를, 아니 봉화의 불빛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를 더욱 풍부하고 심오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작업에 불을 지핀 연료, 즉 그의 이상주의와 헌신이다. 그가 소중히 여기고 욕망했던 것, 욕망 그 자체와 즐거움과 기쁨에 대한 긍정적 평가, 그리고 그것들이야말로 전체주의 국가와 영혼을 파괴하는 그 침 실력에 반대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p.359~360


오웰의 장미 | 리베카 솔닛 지음 | 최애리 옮김 | 408쪽 | 반미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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