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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투자심사역? 치타처럼 일한다" 퓨처플레이 최재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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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입사…딥테크 스타트업 발굴·투자 전문
"장밋빛 밸류 없다" "돈벌지 못하면 기업가치 무너져"
이노스페이스, 브라질서 첫 시험발사 앞두고 있어
퓨처플레이 포트폴리오社 200여곳…생존률은 94%

[일문일답]"투자심사역? 치타처럼 일한다" 퓨처플레이 최재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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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사역은 소처럼 근면하게 일하기보다는 치타처럼 일한다고 비유하고 싶어요. 평소는 나무 밑에서 쉬다가도 타깃을 발견하면 순간 전력 질주해서 낚아채야 하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에서 5년 차 투자심사역을 맡고 있는 최재웅 퓨처플레이 이사(사진)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딥테크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할 만한 곳을 발굴한 후 투자금을 집행하고 사후 관리도 하고 있다. 딥테크가 무엇인지 묻자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아직까지 그가 투자 결정한 스타트업 중 청산절차를 밟거나 폐업한 곳은 없다고 한다. 그는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정부 과제에 참여하거나 용역을 맡으면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예산이 축소된 것은 정부에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다음은 최 이사와의 일문일답.


-투자심사역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주변 지인들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학자처럼 연구하길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대기업에서 일할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나를 봐온 친구 3명이 공통적으로 '너는 벤처캐피탈(VC)에서 일하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 다섯곳 정도 이력서를 냈는데 퓨처플레이로부터 가장 먼저 합격 통지를 받았다. VC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18년에 입사해 현재까지 투자심사역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일은 내게 천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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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에 초반에는 무슨 일을 했나.

▲선배 심사역들이 딜(Deal, 투자건)을 가져오면 계약서를 검토하고, 투자심사보고서를 쓰고, 자료 조사하는 과정을 밟는다. 일종의 도제식 교육이다. 한 달에 2, 3개의 딜을 다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정도로 고된 업무였지만,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많은 것을 배운 점이 좋았다. 그 일이 익숙해진 후에는 남는 시간에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러 다녔다. 괜찮은 기업이 보이면 직접 투자 심사도 했다. 내 딜을 처음 하기까지는 입사 후 7~8개월 정도 걸렸다.


-투자심사역의 임무는 무엇인가

▲딜을 잘 발굴해서 심사하고, 투자를 집행한 후 사후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테크 스타트업이 밀집돼있는 서울대, 카이스트 등 대학이나 'AI 양재 허브' 같은 스타트업 입주공간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이미 투자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창업자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또한 투자 재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오듯이 출자 요청을 하러 다니는 일도 한다.

-투자심사역의 업무수행 방식이 궁금하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재택근무나 자율 출퇴근제로 돌아간다. 즉, 근태를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소처럼 근면하게 일하기보다는 치타처럼 일한다고 비유하고 싶다. 평소는 나무 밑에서 쉬다가도 타깃을 발견하면 순간 전력 질주해서 낚아채야 한다. 하지만 사냥에 여러 번 실패하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스타트업 대표와 적절히 협상하고, 다른 투자사와 경쟁이 붙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 펀드를 만들 때는 기업과 고액 자산가를 만나 설득하는 과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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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매출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들었다.

▲매출을 중요시 보는 건 사실이다. 이 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매출을 낼 수 있을지, 2~3년 이내에 매출을 낼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진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첫 투자한 이노스페이스는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인데, 다음 달 브라질 안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첫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 기업은 소형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고 우주궤도로 운송하는 발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명 '한국판 스페이스X'라고 불리며 세간의 기대를 모은다.


-이노스페이스처럼 성공적으로 투자한 사례가 또 있는지.

▲프록시헬스케어라는 스타트업은 투자한 지 1~2년 만에 매출을 내고 있다. 전자기파로 치태와 치석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독보적 기술 덕분이다. 미세전류 칫솔을 개발해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냈고, 올해 50억원을 예상한다. 딥테크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대기업들도 따라 하려다 실패할 만큼 구현하기 힘든 기술을 개발했다면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투자한 기업 중에 실패 사례는 없는지 궁금하다.

▲투자한 기업 가운데 청산 절차를 밟거나 폐업한 기업은 아직 없다. 테크 스타트업 자체가 서비스 기업보다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니까 지금처럼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는 '버티기 모드'로 돌입하면 된다. 정부 과제에 참여하거나 외부용역을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을 배우고 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누적 포트폴리오사는 현재 205곳인데 생존율이 94% 정도다. 2013년에 설립돼 8년가량 업을 이어갔고 투자한 기업 중 6%만 폐업·청산한 거면 실패 확률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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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벤처·스타트업 투자 분위기는 어떤가.

▲6개월 전까진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분위기였지만 그러한 '장밋빛 밸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기업가치가 무너지는 사례를 목도하고 있다. 기업가치와 회사 실적이 발맞춰 가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도 현실적인 눈높이를 갖고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시장이 불안정하다 보니 출자 요청을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대기업에선 출자하고 싶어도 재무부서의 승인을 받는 게 부담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년 모태펀드 예산이 3135억원으로 삭감된 것은 아쉽다. 모태펀드는 스타트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마중물 자체가 줄어드니까 대기업 등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돈도 줄어든다.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면 출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스타트업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오일머니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포트폴리오사들을 직접 만나 규제 개선을 위해 어떤 요구사항이 있는지 듣고 '소원 수리'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감사했다.


-투자심사역으로서 지향하는 목표는.

▲최근 포트폴리오사 50여곳 대표들이 한꺼번에 워크숍을 다녀왔다. 서로 네트워킹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인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퓨처플레이의 지향점은 이같이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최대한 기여하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재무적으로 돈만 주고 뒷짐 지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더 좋은 방향을 고민하고 같이 윈윈하고 싶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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