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흥전리 사지' 사적 지정

통일신라 보기 드문 유물 출토 "승관 제도 실증 유적"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됐다고 알려진 강원도 삼척 흥전리 사지(寺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관리된다. 문화재청은 '삼척 흥전리 사지'를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28일 전했다. 불교 미술의 뛰어난 예술성과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여러 유물, 다양한 형태와 시설을 갖춘 건물 흔적 등으로 미술·건축사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삼척 흥전리 사지는 삼척시 도계읍 산골에 있는 절터다.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중요 폐사지 시·발굴 조사에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통일신라 때 제작됐다고 추정되는 완전한 형태의 청동정병(靑銅淨甁) 두 점과 인주까지 함께 남아 있는 인주함, 금동사자상 등이다. 기존 사찰 유적에서 보기 드문 유물이라 큰 주목을 받았다.

청동정병은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고려 시대에 주로 만들어졌다. 흥전리 절터에서 나온 유물은 9세기에 제작됐다고 추정된다. 신라시대 국왕의 고문 역할을 한 승려를 지칭하는 '국통(國統)'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도장에서는 '석가모니'나 '부처'를 뜻하는 '범웅'이란 글자가 발견된다. '범웅관아'는 석가모니 관아, 즉 승관(僧官)의 도장이라는 의미다. 승관이란 불교 교단이나 승려 관리 등 불교의 모든 문제를 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에 임명된 관리를 가리킨다.

통일신라시대에 승관이 있던 지방 사철에서는 행정 기능을 일부 대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과거 흥전리 절이 승관 사찰이자 선종 사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화재청도 "그동안 문헌으로만 확인됐던 신라의 승관 제도를 실증하는 유적"이라며 "지방 세력을 견제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치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