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한 대학생들 군대로 강제징집
폭행·가혹행위·협박 등 인권침해 가해
신청자 중 187명 인권침해 대상자로 판단
진실화해위 "국가, 피해자에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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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내렸다. 피해자들은 늦어진 진실규명에 환영하면서도 국가 주도 범죄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23일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공작 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27일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고 1년 6개월 동안 진행했다. 이번 1차 진실규명 대상자는 2020년 12월13일부터 올 7월4일까지 진실규명을 접수한 사람으로 정했다.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공작 사건이란 과거 1970~80년대 독재정권 당시 학생운동을 벌이던 대학생들을 군대로 강제징집해 사회와 격리하거나 프락치(정보망원)으로 활용한 것을 말한다. 이같은 행위는 독재정권을 넘어 노태우 정권인 1990년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위법행위로 규명하고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다뤘지만 개인별 피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파악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 측은 "대학생들은 현재 폐지되거나 위헌 및 위법한 명령인 '위수령' '긴급조치 제9호' '계엄포고 제10호' 등에 의해 입건되고 간소화된 입영절차에 따라 강제 입영됐다"며 "녹화 공작 및 선도 업무 과정에서도 국가는 폭행, 가혹행위, 협박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자 207명 가운데 187명을 인권침해 대상자로 판단했다. 이들은 학생운동을 하면서 국가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했고 체포·감금된 이후 학교로부터 제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징집과 녹화 및 선도공작 등을 모두 겪은 피해자는 총 143명이다. 아직 인권침해 대상자로 판단되지 않은 나머지 신청인 20명도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개인별 존안자료 2417건과 대학에 남아 있는 학생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개인별 존안자료엔 밀정 의혹에 휩싸였던 김순호 경찰국 국장과 유시민, 박래군, 이강택 등 저명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진실화해위 측은 "국방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정보기관 등 정부에선 사과 및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국가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 및 명예 회복을 위한 배·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국방부가 나서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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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과에 환영했다. 피해자 조증주씨는 "군사독재정권에 맞섰다는 이유로 고생했다"며 "많이 부족한 결과지만 첫발을 뗐다는 데 의의를 두고 많은 분께 감사하다. 오늘은 집에 가서 막걸리 한 잔해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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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울분에 찬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되지 않았고 아직 갈길이 먼 조사 결과에 아쉬움을 쏟아냈다. 피해자 변대근씨는 "많은 노력 끝에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아는데 모두가 만족하는 조사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이의신청 등이 다음 보고서에 최대한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이용성씨는 "진실화해위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 존안자료를 열람한 적 없다"며 "강제징집 및 녹화공작 등의 핵심인 경찰 관계자들을 조사하지 않았는데 진실규명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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