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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거리 은행, 이제 30분 걸려요"…이틀에 하나씩 사라진 영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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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보유 영업점 3분기 2891개
2015년 대비 1033개(26.3%) 감소
코로나 발발 후 200개씩 줄기 시작해
은행권 "중복점포 정리 등 비효율 개선"

"4분거리 은행, 이제 30분 걸려요"…이틀에 하나씩 사라진 영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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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서울시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사무소로 일하는 A씨는 은행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20분가량 이동한다. 원래 도보 4분 거리에 있던 하나은행 영업점을 이용했지만 2020년 다른 영업점과 통폐합됐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려 했지만 KB국민·신한·우리은행 모두 지점을 철수시키는 바람에 도보로 30여분이 걸린다. A씨는 "2금융권 영업점이 남아있어서 그쪽으로 계좌를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비용효율화 전략을 통해 최근 7년 동안 1000개가 넘는 점포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비대면 트렌트로 시작된 영업점 통·폐합 속도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더 가팔라졌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점포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23일 각 은행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은행이 보유한 점포는 올해 3분기 기준 총 2891개로 집계됐다. 영업점이 3000개 밑으로 떨어진 건 올해 1분기부터다. 금융권이 점포를 빠르게 줄이기 시작한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 3924개에서 1033개(26.3%) 감소했다. 일수로 환산하면 이틀 꼴로 하나씩 4대은행 점포가 없어졌다.

영업점 감소세는 2020년부터 더 가팔라졌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더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00여개 안팎으로 줄던 영업점은 2020년 225개, 2021년 221개 감소했다. 올해는 전년 3079개에서 188개 줄었다. 연말·연초 통·폐합이 예정된 영업점만 54개에 달하는 만큼 전년도에 줄어든 영업점 221개에 육박하거나 웃돌 전망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784개에서 724개로 60개 영업점이 줄었고, 국민은행은 914개에서 856개로 58개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54개, 하나은행은 16개 감소했다.


통·폐합은 유동인구가 많고 자금수요가 커 핵심지점으로 꼽히던 곳도 피하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1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양재동점, 봉은사역점, 일원역점 등 40개가 문을 닫는다. 신한은행의 경우 다음해 1월 서울 용산구청점이 문을 닫고, 2월에는 인천 중구 인천공항신도시 출장소가 지점에 통합된다. 지난 7일에는 김해국제공항점이 서부산유통단지금융센터에 합쳐졌다.

대세로 자리잡은 비대면 금융…은행권 "비효율 개선 차원"
한산한 서울시의 한 은행 영업점./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산한 서울시의 한 은행 영업점./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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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은행의 영업점 감소가 가팔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노인이나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2020년에는 금융감독원에서 점포속도가 빠르게 줄어들자 윤석헌 전 원장이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독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더 세분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전반에는 영업점 감소추세가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환경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나가는 지점을 그대로 둘 이유가 없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9개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등록수는 1억9086만명이다. 이중 모바일뱅킹 고객이 1829만명 늘어난 1억5337만명으로 전체 80%에 달한다. 자금이체서비스 비중도 인터넷뱅킹이 74.7%에 달하는 반면 창구 이용은 5.8%에 불과했다.


은행권의 현재 영업점 통·폐합은 수익성 제고보다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조치라는 설명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규정상 고령자와 같은 금융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의 점포는 폐쇄하기 어렵다"면서 "통·폐합을 계획했다가 취약계층의 접근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영업점을 유지하게 된 사례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인근에 출장소나 점포가 중복으로 위치해 합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점포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점포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4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경기도 용인시에 출장소 개념의 공동점포를 열었다. 지난 9월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경기 양주 고읍, 경북 영주 두 곳에 공동점포 영업을 개시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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