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내건 토카예프, 카자흐 재집권 유력…러와 거리두기(종합)
잔여임기 포기, 조기대선 승부수
나자르바예프 입김서 벗어나 독자개혁
기존 친러정책서 탈피, 美·中·러 각축전 심화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카자흐스탄의 대통령 선거에서 현재 집권중인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면서 중앙아시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기존 친러 정책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본격적인 줄타기 외교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열강들의 각축전이 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카자흐스탄 대선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출구 조사 결과 8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여론 조사기관인 열린사회연구소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82.45%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현 집권당인 아마나트당의 공공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도 토카예프 대통령의 득표율은 85.52%로 집계됐다.
출구 조사 결과가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무난히 재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전체 유권자 약 1200만 명 가운데 69.43%가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예비 투표 결과는 오는 21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기 대선은 지난 9월 토카예프 대통령이 의회에 제안한 개헌안에 따라 실시됐다. 당시 토카예프 대통령은 기존 5년 중임제를 폐지하고 7년 단임제로 전환하는 개헌안을 제시했으며, 원래 2024년 12월까지인 자신의 잔여 임기를 포기하고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번 조기 대선의 집권당 후보로 나서면서 공정한 국가, 공정한 경제, 공정한 사회 등 3가지 공정 원칙에 기반한 정치적 현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가 공정을 앞세우며 이번 조기 대선에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앞서 30년간 장기집권한 독재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개혁을 위한 독자적인 정치적 동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정권 당시 외무장관과 총리직 등을 역임했던 토카예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치러진 대선을 통해 집권했다.
그러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카자흐스탄 안전보장회의 의장직에 올라 막후에서 정부 인사에 관여하고, 독단적으로 외교행보를 벌이면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허수아비’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조기대선 승리로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고 독자적인 개혁노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친러 외교로 일관하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달리 균형 외교를 중시해온 토카예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카자흐스탄의 외교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달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추방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편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토카예프 대통령도 9월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와는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CNN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많은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특정 국가가 우리 내정에 개입해 조작을 실행한 적도 있다고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특정국가의 선거 개입은 지난 2015년 카자흐스탄 대선 당시 러시아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했던 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향후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의 입김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중심기지가 될 카자흐스탄에 2016년 이후 40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철도와 가스관, 송유관 건설 등 50여개 협력사업에 투자 중이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루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6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중국과 러시아 세력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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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토카예프가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지위를 활용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세력 확대를 막으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다음 임기의 주요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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