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증여vs일자리 창출…여야 세법전쟁 숨은 폭탄 '가업상속 확대'
與 "가업 영속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도모"
野 "‘부의 무상이전’,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우려"
국회예정처 "당위성 충분히 논의해 가업승계세제 정책 방향 재설정해야"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가업상속에 따른 세부담 완화가 올해 세법개정안 논의에서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가업상속에 따른 세제혜택 범위를 현재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인데, 야당이 편법 증여 등 ‘부의 무상이전’으로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중견기업 상속 부담이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8일 "기재위 소위 차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지만 가업상속 세부담 완화는 편법 증여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야 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통화에서 "기재위가 들여다보겠지만 여당의 세부담 완화 폭이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방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여당은 가업의 영속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세법 시행 유예 등 이슈에 가려있을 뿐, 여야 대치가 만만치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가업상속 내용이 담긴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인세법, 소득세법 개정안 등 안건을 상정한다. 지각 구성된 기재위 조세소위는 21일부터 28일까지 매일 세법안을 심사할 방침이다.
여야가 논의할 정부 가업상속 세제혜택제도의 핵심은 상속 적용 대상과 공제한도 확대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적용 기업을 현행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도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로 상향한다. 피상속인 지분 요건도 현행 최대주주 혹은 지분 50% 이상(상장법인 30%)에서 지분 40%(상장법인 20%)로 완화한다. 또 상속세 납부유예제도를 신설해 상속인이 상속받은 가업 상속재산을 양도 상소 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2년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매출액 4000억원~1조원 미만 중견기업 수는 2021년 기준 292개로, 전체 중견기업의 5.3%를 차지한다. 300여 개 기업의 상속에 따른 세부담 완화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중견·중소기업계는 앞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됐을 당시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세대 간 폐쇄적 부의 이전’이 아닌 ‘공공재로서 경영 노하우 전수’와 기업 영속성의 가치가 반영됐다"면서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는 중견기업계의 요구가 정부·여당으로 쇄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야당의 입장은 다소 완강하다. 상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최근 세법개정안 관련 정책 제언집을 통해 "상증법 개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 기능이 상실된다"며 "개정안은 폐기하거나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가업상속 납부유예제도에 대해선 "자산가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대폭 감소해주고자 하는 입법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특히 세부담 완화폭이 급격히 커지는 조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업상속 대상으로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일반 상속인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폭이 지나치다"는 김성환 의장의 발언도 이 부분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예정처는 이와 관련해 "개정안대로라면 가업상속공제대상과 공제액 인상으로 일반상속자산과의 세부담 차이가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늘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투자 위축, 기업 혁신 활동의 지연 등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크다. 또 승계 부담으로 기업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중간 접점에서 타결을 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민주당은 여당이었던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의 범위를 매출액 연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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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가업을 자식에게 이어받게 하거나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일반 상속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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