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선수 펑솨이 성폭행 피해 폭로 계기로 여성권익보호법 개정
‘여성은 사회도덕과 직업윤리 이외에 가족 가치 존중해야 한다’ 문구 논란

거리를 걷고 있는 중국 여성. 사진=AP연합뉴스

거리를 걷고 있는 중국 여성.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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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중국이 내년 1월 1일 시행될 개정 여성권익보호법에 "여성은 사회도덕과 직업윤리 이외에 가족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만을 콕 집어 가족 가치를 존중하라는 법률 문구는 사실상 남녀평등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앞선 법률 문구가 개정된 법률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설명하는 서두에 기재돼 있으며, 이는 오히려 여성 권익이 아닌 남녀 불평등을 인정하는 문구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지적과 같이 중국의 실생활에서 남녀 불평등이 심각한 상태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남녀 정년 연령이다. 중국은 현재 법적으로 남성은 60세, 여성은 50세(간부의 경우 55세)로 정년퇴직 연령을 정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여성의 결혼·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이 일상화돼 있고, 성차별도 심하며 여성의 취업도 쉽지 않다. 최근 중국의 기록적인 저출산율과 결혼 기피 현상은 여성의 큰 부담을 반영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는 지난해 11월 2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을 통해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의 강압에 의해 그와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중국의 젠더 불평등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자 중국은 1992년 10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여성권익보호법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연설에서 "차세대의 건전한 성장을 보장하려면 여성이 좋은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궈린마오(郭林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법제위원회 위원은 "개정된 법이 중국의 기본 정책인 양성평등을 전면적으로 시행했다"고 옹호했다. 그는 개정된 법에 성희롱·성폭력의 예방·처리를 위한 체계 개선책은 물론 결혼·임신·출산 등의 사유로 여성 직원의 승진 제한 금지, 여성 인신매매와 유괴에 대한 경찰의 적극 대응을 규정한 내용이 담긴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내용의 여성권익보호법이야말로 '여성을 위한 진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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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년 주기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의 24명 정치국원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선출되지 않은 데서도 중국 내 여성의 위상을 잘 알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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