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대한민국이 몹시 아프다. 그날 밤의 충격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확대되고, 무기력감이 찾아왔다. 한편으로는 분노가 솟구쳤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화를 냈다. 다른 누군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뉴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접한 당시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8년 6개월여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세월호 참사. 그때도 지금처럼 아팠다. 우리에게 또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생겼다.
유가족의 슬픔과 절망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이들의 상처는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그곳에 있지 않았던 국민들조차 가슴 깊은 곳에서 사무치는 아픔을 어떻게 잊어갈 것인가. 우리는 트라우마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우선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들의 고통을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과거 희생자 유가족이 자책감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들을 돕는 것은 우리 모두가 치유해 가는 과정이다. 희생자들을 폄훼하거나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법과 도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놀 수 있다. 국가는 그런 자유와 권리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안전도 담보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모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희생자와 유가족, 부상자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개인은 물론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도 트라우마 치유에서 중요하다. 재발 방지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불안에 떨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내놓을 재발 방지책에 의구심이 생겨서는 안 된다.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각종 행사와 집회 등에 대해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하철, 버스 등 밀집 공간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각인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샅샅이 밝히고,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은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재발 방지는 불가능하다. 경찰이나 공공기관의 잘못된 점이 있었다면 모두 찾아내 고쳐야 한다.
재난을 막기 위해 모든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것 하나만 삐끗해도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원전 사고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무엇 하나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자 해야 할 일을 서로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할 때, 시스템은 고장 난다. 이태원 참사가 그렇다. 구청이든 경찰이든 상인회든 어디선가 안전에 관심을 더 쏟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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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아픔을 겪는 이들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와 배려.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공동체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은 산 자들의 몫이다.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함께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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