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205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ABCP) 차환에 대해 강원도가 의무 이행을 거부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해 최고 신용등급(A1)을 받은 기업어음이 지자체의 보증 거부로 부도 처리됐다. 뒤늦게 내년 1월까지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단기 자금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를 열고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레고랜드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채권시장의 불안에는 한전이 발행하는 한전채의 문제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상위 신용등급의 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채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다른 채권을 몰아내고 있다. 한전은 올해 들어 23조18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정치적인 선택의 결과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적자가 14조였다. 한전의 막대한 적자는 탈원전과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은 역대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거의 그대로다. 한전도 어쩔 수 없다. 채권 발행을 멈추면 한전은 당장 유동성 위기다.
중국의 전·현직 당정 최고 지도자들이 모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 8월 16일 리커창 총리는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를 찾아서 지방정부 지도자들과 만났다. 선전시는 1992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추진을 분명히 밝힌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하면서 방문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같은 날, 시진핑 주석은 랴오닝성을 방문해 랴오선 전투 기념박물관을 찾았다. 랴오선 전투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내전 당시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이 승기를 잡아 중국 북동부를 장악하는 계기가 됐던 싸움이다. 시진핑은 개혁개방에 대한 덩샤오핑의 뜻을 따를 생각이 없다. 이제 리커창은 물러나고 시진핑은 집권 3기를 맞는다. 후임 총리는 중국경제에 치명적이었던 상하이 봉쇄의 책임자 리창이라고 한다. 투명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걸친 공산당의 관여 확대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 10월 24일 시진핑 연임발표 이후 미국 증시에 상장된 5대 중국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522억 달러가 사라졌다. 홍콩 증시는 52주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고 위안화 가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집권 49일 만에 물러난 영국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만 키웠다. 지난 9월 23일 트러스는 반세기 만에 최대의 감세 정책을 내놓았지만, 대책 없는 감세와 동시에 공공 지출을 확대한다는 발표는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대규모 감세와 재정 확대를 동시에 하려면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영국 국채는 거래 불가능한 수위의 가격 폭락과 변동성 폭등을 연출했다. 영국 연기금이 입은 손실만 최대 1500억 파운드, 우리 돈 243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영국중앙은행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결국 트러스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영국의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친 캐머런의 오판부터 트러스의 무모한 정책까지 지난 7년간 정치는 영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언제나 경제가 문제지만 답은 역시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후보 시절 말 그대로다. 경제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정치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도 나쁜 정치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는 경제부총리 시절,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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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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