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발작 현상 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할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발표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프로그램 조성에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여당 지도부의 발언을 보면 사안을 여전히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다음날 "정부가 신속하게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금융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당과 정부가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2000억원으로 막을걸 50조원으로 키웠다’는 ‘뒷북대응’ 비판이 시장에서 주를 이뤘지만, 성 의장은 ‘정부의 조치가 신속했다’며 정반대의 평가를 내린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자체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채무 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아 불신을 초래했다"면서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김진태 강원지사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하지만 여당이 정부 대응을 칭찬하고 지자체장을 경고할 자격이 있는지는 곱씹어 볼 문제다.
채권시장 돈맥경화 사태의 시발점이 된 강원 중도개발공사(GJC)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차 부도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그 사이 시장에선 지자체가 지급보증을 선 채권마저 신용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회사채 등 각종 채권 매입을 미루기 시작했다. 일부 대형 건설사의 위기설마저 나돌았다.
중앙정부의 관심은 공사 발행 채권 부도 후 2주가 지난 이달 중순부터 나타났다. 강원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먼저 접촉해 지급보증 채권을 파악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수차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도 여당은 보이지 않았다. 김진태 지사가 사전에 여당과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중앙당에서는 전혀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언론에서 자금줄 경색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난 21일에도 여당 지도부의 문제의식을 찾긴 어려웠다. 당시 국감대책회의에선 누구도 돈맥경화를 야기한 부동산PF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성일종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부동산PF 부실화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투자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정책 개입 보다는 투자자 판단의 영역으로 간주했다. 대책 마련 계획에 대해선 "상황을 좀 더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곱씹어보면 지방정부의 지급보증 관행 등 정치권이 들여다볼 제도적 과제가 적잖다. 혈세를 거둬 재원을 마련하는 지방정부가 한국은행처럼 ‘최종대부자’가 돼야 하는 게 과연 적정한지 의문이다. 또 지방공사에 대한 해당 지자체의 감독권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GJC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분율이 50%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사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공사가 부채를 갚을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구조가 사태의 출발점이라는 게 강원도 측의 인식이다.
여당은 건전재정과 민생현안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행동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 재정의 구조적 문제가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확인됐다. 여당의 정확한 판단과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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