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으로 사망했는데 금고 1년 8월…판결 이유는
엽사가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피해자 사망
유족 "불법 저질렀는데 형량 적어"
재판부 "주의의무 위반 상당"
다만 '중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
가중처벌 대신 일반처벌 내려져
지난 19일 멧돼지로 오인 받고 총탄에 맞아 사망한 택시기사 사건 관련한 피고인이 금고 1년 8월을 선고 받았다. 유족 측은 엽사인 피고인이 ‘불법’을 저질렀다며 더 큰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진제공=서울 은평소방서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멧돼지로 오인당하고 총탄에 맞아 사망한 택시 기사 사건 관련한 피고인이 금고 1년 8월을 선고받았다. 유족 측은 엽사인 피고인이 ‘불법’을 저질렀다며 더 큰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73)에 대해 금고 1년 8월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감금되지만, 강제노동을 하지 않는 형벌이다.
A씨는 지난 4월 29일 오후 8시 24분께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북한산 도시자연공원 입구 부근에 차를 세워 소변을 보고 있던 택시 기사 B씨에게 엽총 1발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복부와 팔 등에 관통상을 입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5시간 후인 오전 0시 52분께 숨졌다.
지난 19일 판결 후 유족 측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고인이 엽사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하나도 지키지 않고 총을 불출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며 “적어도 구형(금고 4년)만큼은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A씨 준법정신 결여돼"…. 합의도 '대충'?
이들에 따르면 엽사인 A씨는 사건 당일 관할 구청에 멧돼지를 포획한다고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이 입수한 은평구청 자료를 보면 ‘멧돼지 포획을 위한 현장순찰·이동계획이 있을 경우에는 이동장소, 인원, 총기류 휴대 여부 등을 2~3일 전 우리 구청에 문서 또는 유선으로 사전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외에도 A씨는 ▲일몰 후 총기 사용 금지 ▲방어선 구축 등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유족들은 경찰의 대처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A씨는 지난 4월 29일 오후 5시 51분께 종로경찰서 평창파출소에서 자신의 총기를 출고했다. 유족 측은 “평창파출소에 가서 확인해보니 A씨가 신분증만 들고 왔고 경찰은 주민등록번호를 컴퓨터에 치니 (총포) 허가증이 나온다며 이유 묻지 않고 총기를 불출했다고 한다”며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들이 경찰·검찰 수사단계에서 밝혀지지 않았고 재판 도중 양형 조사에서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A씨가 유족과 합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A씨의 법률대리인에게 한 차례 연락이 왔지만 “민·형사 합쳐서 4000만원에 합의 보자. 계좌번호 불러달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法 "주의의무 위반 상당, 중하진 않아"…. 가중 아닌 일반처벌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판단에서 구청 허가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당시는 야간이었고 그곳은 버스정류장과 도로가 인접한 장소로 행인들이 있을 수 있었으므로 총기 사용해 수렵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총기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총기 발사 범위 내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총기를 발사해 사고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 A씨에 대해 대법원 양형기준상 가중처벌(금고 1~3년) 대신 일반처벌(금고 8월~2월)을 내렸다. 가중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경우’여야 한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상당하다”고 했지만 이를 ‘중하다’라고 판단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B씨가 사망에 이르렀기에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집행유예는 선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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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판결에서 피고인 대부분은 ‘금고 1년 이하’ 형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피해자가 사망했고 일반처벌을 받은 판결 211건 중 금고 1년 이하로 선고된 건수는 150건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저지르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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