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돌리기, 추후 레미콘 단가 협상 때 레미콘사에게 전가할 것"
지방 민노총, 벤치마킹 통해 운송비 인상 요구하면 대응책 없어
위기극복 열쇠, 레미콘 믹서트럭 신규 진입 허용과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공사 진행에 맞춰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레미콘 차량. [사진제공=아시아경제DB]

공사 진행에 맞춰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레미콘 차량. [사진제공=아시아경제DB]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레미콘 업계가 전례없는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시멘트 가격 인상 시점을 둘러싼 협상이 미처 마무리되기 전에 돌출된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 소속 수도권 5개 지부(동남북·안양·부천·고양파주·성남광주)의 서울 시내 운송거부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23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운송노조의 서울 시내 4대문 및 밀집 지역 운송거부에 대한 건설업계의 굴복은 향후 건설·레미콘 업계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현재 5만6000원인 1회 운송비에 추가로 6만3700원가량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면서 회당 운송비를 2배 넘게 올려줬다. 게다가 운송차량이 일방통행이 적용되는 골목에 진입하면 추가로 2만원을 더 지급하고, 장기적으로 레미콘 믹서트럭이 버스전용차선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업계의 고민은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을 레미콘 업체들이 모두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데 있다. 건설사가 부담하기로 한 추가 운송비도 장기적으로 레미콘 업체의 몫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레미콘 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건설사들의 항복은 '언발에 오줌누기'이자, '폭탄돌리기'일뿐"이라면서 "추후 레미콘 단가 협상 때 건설사에서 레미콘사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운송거부에 자극받은 지방 레미콘운송노조의 동향도 걱정이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수도권의 한국노총과 지방의 민주노총으로 세력의 나뉜다. 이번 한국노총의 방식을 지방의 민주노총에서 벤치마킹해 전국에서 유사하게 변칙과 편법으로 운송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진입 허용과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여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기계수급조정위원회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등록을 제한, 운송노조의 전횡을 사실상 방관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 기간 레미콘 가격은 47.6% 인상됐지만, 운송비는 110.1%나 올랐다. 같은 기간 레미콘 산업은 약 21% 성장했지만, 공장당 운영차량은 오히려 15.7% 감소해 운송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노후화된 믹서트럭과 고령화된 운송사업자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수급조절이 필요하면 지역별 건축수요에 따라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대수를 조절하면 된다"면서 "수급조절 제도를 폐지해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진입을 허용해야 반복되는 공사현장의 셧다운 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히면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한 납품단가연동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후방산업인 시멘트·골재업계의 참여, 전방산업인 건설업계와의 공사비 조정, 레미콘 품질을 둘러싼 지방 중소레미콘사들과 대형레미콘사들 간의 역학관계 등 산적한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계와의 가격인상 협상도 여전히 진행해야 하고, 시멘트 계열사 출신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회장 취임으로 내부 갈등도 불거지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다.

AD

이에 대해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올해 레미콘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건설경기 안정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많이 양보하고 많은 요구들을 수용해 왔다"면서 "레미콘 업계도 더이상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며, 상호 상생할 수 있도록 이슈들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