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은 기우?”…천연가스 ETP ‘미끄럼틀’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에너지 대란은 기우였을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다른 원자재들이 급락할 때 독야청청 오름세를 이어갔던 천연가스 가격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중국발 수요 위축과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에 휘둘렸던 유럽 국가들이 난방수요를 대비해 천연가스 재고를 빠르게 쌓아 올린 덕분이다.
18일 런던 ICE 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11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천연가스 선물은 전일 메가와트시(MWh)당 127.978유로를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9.8% 하락했다. 지난 8월26일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우려가 고조되면서 장중 342유로까지 치솟았지만 두 달여 만에 60% 넘게 급락한 것이다. 석 달 기준으로는 최저수준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가격(11월물 기준)도 MMBTU당 6달러에서 맴돌고 있는데, 두 달 전 9.68달러 수준에서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큰 폭(38%)의 하락세다.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것은 유럽 국가들이 추가 재고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달 전만 유럽지역은 겨울철 난방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천연가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노드스트림의 가동을 중단할 때마다 천연가스 가격은 널뛰기처럼 뛰어오르곤 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지역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독일 96%, 이탈리아 96%, 네덜란드 93%, 프랑스 98.9%로 90%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천연가스 수급 불안은 이전보다 크게 완화됐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이미 유럽에서 재고를 90%까지 확충하면서 아시아 등과의 경쟁적인 구매 수요가 완화됐다”며 “지난달엔 러시아가 노드스트림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음에도 이미 공급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유럽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지역 내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가스 가격을 낮추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향후 2주간 미국 주요 지역 내 온도가 예상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역대 최대로 가스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LNG 수출 플랜트인 Cove Point LNG와 Freeport LNG의 가동이 중단이 겹치면서 수출을 포함한 천연가스 수요가 줄면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가스 수요 둔화도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천연가스에 상승 베팅한 투자자들의 경우 은 큰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승분의 두 배를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했을 경우 최대 60%에 육박하는 손실이 예상된다. 뉴욕상업거래소에 상장된 천연가스 선물 가격에 투자하는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경우 지난달 초 4만9000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이날은 2만2010원으로 장을 끝마쳐 56%의 손실을 기록했다. 도시가스 관련 종목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지에스이의 경우 지난 8월 29일 기록한 7470원 대비 31% 내려 이날 51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이런 하락세가 더 길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겨울이 마지막 겨울이 아니듯 천연가스 수급 우려는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다음 에너지 위기가 더 매서울 것이라며 에너지 위기가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독일의 경우 내년 겨울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제조업 비중이 높아 에너지 위기에 따른 쇼크를 뚜렷하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만피 간다더니…8000찍자마자 급락한 코스피, 반...
장기적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오름세에 주목해 볼 만하다. 유럽의 대체 에너지 확보 노력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의지가 더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이슈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대비 10배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유럽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의지는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을 끌어낼 것”이라며 “반대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