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검증 리스트 핵심은 반도체 '장비'…中 반도체 원천 봉쇄 의지
바이든, 시진핑 '반도체 꿈도 꾸지마'…대학 및 연구기관도 규제

中 반도체 '싹'까지 자르겠다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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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선임기자] 최근 발표된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조치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전형적인 ‘패릉(따돌림)’ 행위이며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자가 상호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글로벌 산업 공급망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당국은 그간 미국의 제재 및 규제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보복)’를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톤이 다소 달랐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파장을 중국 당국도 인지한 듯 조심스러운 논평을 냈다.

◆ 美, 中 반도체 ‘영점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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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내 31개 기업을 ‘미검증 리스트(Unverified List)’에 추가했다. 미검증 리스트는 미 당국이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경우 발동되는 수출 규제다.

이번 조치로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직 칩)를 생산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과 거래하는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은 별도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실상 거래 금지 조치다.


이번 조치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반도체(YMTC), 중신궈지(SMI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3개 사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YMTC는 128단 3D 낸드 생산을, CXMT는 17나노 공정 D램을 생산하고 있다.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 기업이다. 최첨단 반도체 장비가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유입되는 경로를 끊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실제 중국 반도체 장비 선두 기업인 베이팡화촹이 리스트 1번에 올라 있다. 베이팡화촹은 12인치 14㎚ 핀팻 실리콘 플라스마 에칭 장비와 12인치 웨이퍼 에칭 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中 아킬레스건 ‘장비’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제조, 후공정, 장비, 소재 등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중국 반도체 시장 분야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설계 7% 내외, 제조 16% 내외, 후공정 38% 내외, 소재 13% 내외, 장비 5%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가 장비다.


반도체는 산화 및 열처리, 화학적 증착, 노광, 식각, 분자 주입, 물리적 증착, 연마, 세척 등의 8개 공정이 필요하다. 공정마다 검사는 기본이다. 초정밀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중국 반도체 생산 및 제조, 연구개발(R&D)은 올 스톱 되는 구조다.


미 상무부의 미검증 리스트 공개 후 가장 먼저 움직인 회사는 미국의 장비 기업인 KLA다. KLA는 기판과 칩 제조과정에서 생산 제품의 품질을 검증하는 반도체 측량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63%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다음은 어플라이드 메트리얼(15%), 히타치(7%) 등의 순이다.


KLA는 중국에 위치한 반도체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중국 현지에 파견된 자사 직원들까지 철수시켰다. 미 상무부 발표 후 불과 7일 만이다. KLA의 발 빠른 움직임은 여타 반도체 장비 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SML’ 집중된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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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가운데 최고는 노광기다. 노광기는 중국이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장비다. 웨이퍼 위에 빛으로 설계도를 입히는 과정을 노광공정이라고 한다. 노광 공정에 반도체 제조 비용의 30% 이상이 투입될 만큼 중요한 작업이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품질 및 생산성과 직결된다.


노광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네덜란드 ASML이다. ASML의 시장점유율은 75%가 넘는다. 2위와 3위는 일본 캐논(11%)과 니콘(6%)이다. 특히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려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기는 필수다. EUV 노광기 시장은 ASML이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기업 입장에서 보면 ASML은 슈퍼 갑 중의 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 때 빠뜨리지 않고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 가운데 노광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상하이마이크로일로트로닉스(SMEE)가 유일하다. SMEE가 판매하는 노광장비는 미세 공정과는 거리가 먼 90㎚급이다. 올 연말까지 28㎚급 노광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제품 개발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18㎚ 이하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 반도체 업계에선 통상 14㎚를 기준으로 그 이하를 미세 공정으로 보고 있다. SMEE는 이미 지난 2월 미검증 리스트에 포함, 규제를 받고 있다.


지난 8월23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수교 50주년을 명분으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화상 회담을 가졌다. 리 총리는 회담에서 "중국과 네덜란드 모두 개방 경제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다음 날 신문 1면에 리 총리와 뤼터 총리 간 회담 내용을 싣기도 했다. 중국 내부에선 당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이 총리가 뤼터 총리와 축전이 아닌 회담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싹’까지 자르겠다는 미국

이번 미검증 리스트에는 대학 및 연구기관도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중국과학원 화학연구소 및 지질연구소, 상하이과기대, 중국과학원대, 상하이이공대를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중국이 대학을 통해 반도체 관련 장비 기술을 비밀리에 육성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관련 인재 육성의 싹을 자르겠다는 뜻이자 중국 반도체 굴기를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 ‘소프트웨어 산업 및 반도체 산업 발전 장려 정책’을 공개하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고, 2014년에는 1조위안을 투입,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영도소조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중국 제조 2025’라는 10년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일본, 2035년 독일, 2045년 미국 제조업 추월이라는 장기 목표이자 과제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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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지난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각각 1387억위안(약 28조원)과 2041억위안(약 41조원) 규모의 1~2차 ‘국가 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1차 펀드 자금은 제조기업(67%), 설계기업(17%), 후공정(10%), 장비 및 소재(6%)에 투자됐고, 2차 펀드는 장비 및 소재에 집중적으로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15% 내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2025년까지 목표한 반도체 국산화율은 70%다.


조영신 선임기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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