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필수 원자재인데…美, 제재 검토 소식에 산업계 우려 고조(종합)
세계 생산량 2위 러시아
제재 검토 소식에 가격 치솟아
국내 산업계 생산 차질 우려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최대열 기자] 러시아의 전방위 미사일 공격에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끊이지 않자 미국이 '알루미늄 제재'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국내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의 엔진, 바퀴 등에 쓰이는 알루미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생산 단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산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큰 폭으로 인상해 사실상 도입 금지 수준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지는 첫 원자재 제재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라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백악관은 ▲전면적인 금지 ▲효과적인 거래금지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징벌적 수준의 고율 관세 부과 ▲러시아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에 대한 제재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 2위다. 제재가 현실화하면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러시아산 알루미늄 금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 직후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전일 대비 7.3% 치솟았다.
문제는 올해 알루미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러시아 제재까지 추가되면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주 생산지인 남서부 윈난성이 폭염에 따른 전력난으로 알루미늄 기업들에 생산량을 10~20% 축소를 요청하면서 알루미늄 재고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역시 생산량이 120만t 감소한 상황이다.
국내 산업에도 직격탄이다. 플라스틱과 섬유, 전기차 배터리, 철근, 목재 등으로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루미늄은 주로 합금 형태로 자동차나 건축자재, 전선·가전 등에 주로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선 과거부터 연비효율을 높이기 위한 경량화 핵심 소재로 꼽혀왔다. 차량 엔진·변속기를 비롯해 차대(섀시), 서스펜션 등 차량 곳곳에 들어간다.
최근 들어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알루미늄이 더 긴요해졌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 탓에 비슷한 크기 내연기관에 비해 수백㎏ 무거울 수밖에 없는 만큼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알루미늄 용처나 적용 비중이 느는 추세다. 오토모티브 알루미늄마켓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알루미늄 시장은 매해 8~9%가량 커져 2026년이면 1118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장 알루미늄 수급난에 따라 생산 차질이 불거질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러한 여건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등 녹록지 않은 처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제작사가 매입하는 원재료 가운데 철강 다음으로 많은 수준으로 꼽히는 등 사실상 필수재료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알루미늄 수입물량은 213만t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정도 늘었다. 수입국가별로는 인도가 39만t 정도로 가장 많고 중국(36만t), 미국(20만t), 호주(18만t), 말레이시아(11만t) 정도가 많은 편이다. 러시아산 알루미늄은 9만t가량으로 전체 물량의 5% 미만이지만 문제는 수급차질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알루미늄 재고가 줄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가격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전체 수입물량 증가폭은 4%가 채 안 되는데 수입액으로 보면 34%가량 증가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재확산·러시아 침공 등이 겹치면서 물류 차질 여파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하순 알루미늄 재고량은 30만t 아래로 떨어지면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 전일 기준 34만t 정도인데 이는 지난해 3월 190만t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당시에 비해 5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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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별 재고나 정부 비축물량이 있는 데다 러시아로부터 수급하는 알루미늄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생산 차질로 이어지진 않겠으나 공급 불안이 가중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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