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유럽의 병자' 伊·그리스 수준으로 전락한 英 국채
20·30년 만기 국채금리 장중 20년來 최고 기록
트러스 총리 '감세안 고수'…英 부채 불안감 키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영국 국채시장이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20년,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를 돌파하며 2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영국 정부가 장기적인 재정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최고 5.1%까지 올랐고 20년물은 최고 5.2%를 기록했다. 다만 장 후반 상승폭을 크게 줄이며 30년물은 4.81%, 20년물은 4.91%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30년물이 전일 대비 0.02%포인트 올랐고 20년물은 보합을 나타냈다. 이날 장 후반 영국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달 28일 시장 개입 후 최대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표물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유로존 내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그리스, 이탈리아와 함께 4%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4.42%로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에는 4.64%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 기준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96%,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4.80%를 기록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정부 부채 비율은 150%를 넘어 80%대인 영국 정부 부채 비율과 격차가 크다. 하지만 리즈 트러스 신임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정부 부채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영국 국채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트러스 정부가 430억파운드 규모 감세안을 발표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22일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5%였다. 대규모 감세안 발표 뒤 약 20일 만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포인트가량 오른 셈이다.
BOE는 정부의 감세안이 발표된 지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 650억파운드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채권시장에 개입했다. 당시 BOE는 국채 매입 시한을 10월14일로 발표했는데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BOE에 시한 연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가 시한 연장 요구를 묵살하면서 국채시장 불안이 지속됐다. 그는 전날 "국채 매입을 예정대로 오는 14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트러스 총리가 하원에 출석해 정부 재정지출 계획을 줄이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도 채권시장에 악재가 됐다. 트러스 총리는 대규모 감세안으로 정부 세수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재정위기 우려를 부추겼다.
트러스 총리는 이미 감세안 중 핵심 정책이었던 최고 소득세율 45%에서 40%로 인하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 20억파운드 세수 감소를 만회할 수 있게 됐고 애초 450억파운드 규모로 발표된 감세안도 현재 430억파운드로 조정됐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이날 트러스 총리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430억파운드 감세안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감세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하지만 트러스 총리는 공공지출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 자금을 잘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부 부채를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세안이 결국 영국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이라며 중기적으로 정부 부채가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