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 우리의 삶과 사회를 지키는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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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나는 주말이면 일이나 현실과 관련된 모든 걸 잊으려 한다. 다른 세계로 입장하듯이, 그 모든 걸 등지고 어떤 삶의 세계로 들어선다. 아내와 아이랑 공원에 가거나, 근교로 나들이를 떠난다. 셋이서 맛있는 걸 먹고, 새로운 걸 보고, 아니면 집에서 뒹굴거리며 잠깐 현실을 접어둔다. 월요일이 돌아올 때면, 약간 어안이 벙벙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막 잠에서 깨어 아직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주중이 시작되면 부지런히 현실들을 다시 모으기 시작한다. 이번 주 해야 할 일들, 만나야 할 사람들, 원고 마감이나 강연 같은 것들을 체크한다. 주말에 내가 공원과 하늘과 방 안의 주민이었다면, 주중에 나는 현실의 주민이 된다. 주말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강남의 테헤란로에서 정장을 입고 현실을 챙겨 나간다.

이 주말과 주중의 확고한 분리야말로, 내 인생의 리듬이라고 느낀다. 나는 프리랜서 작가 또는 학생으로 살면서 주중과 주말이 뚜렷하지 않은 시절을 길게 보냈다. 매일 딱히 구별 없이 책 읽고, 글 쓰고, 공부하고, 인풋을 늘리며 아웃풋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럴 땐, 나를 ‘완전히’ 놓아준다는 개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직장인이 되니, 나를 ‘완전히’ 놓아주는 주말이 생겼고, 이 단절 또는 전환이 때론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단절 또는 전환이야말로, 내가 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라고 느낀다. 만약 이 단절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충분히 아내랑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를 내려놓지 못한다면, 아무리 근사한 곳에 가더라도 온전히 행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진짜 온 마음으로 추억을 물려주거나, 아내의 마음과 기분에 신경 쓰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 모든 건 단절이 주는 다른 세계로의 입장권 덕분에 가능하다.

올해는 사회적으로도 휴식이 유난히 화두가 되고 있다. 올해 8월18일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그전에 시행된 설문조사에서 60% 이상의 근로자가 직장에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답변했던 현실이 반영된 셈이기도 하다. 나아가 올해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첫해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대체공휴일에 통일성 있는 운영이 이루어지게 된다.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최근 청년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급여’가 아니라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적정한 시간에 퇴근하고 나서는, 직장과 일 자체를 ‘완전히’ 잊고 자기의 삶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가장 중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야근해서라도 수당을 더 받고 돈을 최우선시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돈과 구별되는 ‘바깥’에 삶이 있다는 인식이 확고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사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도 시간이 있어야 한다. 나의 추억을 간직하고 곱씹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사랑, 취미, 추억 같은 것이야말로 인생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런 것들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휴식을,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이다.


나아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휴식과 워라밸은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자기 가정과 삶을 온전히 돌보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개인 없이는 가정도 없고, 사회도 없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단절 혹은 균형이야말로, 우리 삶과 사회를 지키는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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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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