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1년째 법안 통과 실적 無…금융위의 하소연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금융위원회에 요구한 답변 자료는 각각 10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책 세권에 실렸다. 목차를 훑어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요청한 자료 중 하나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 이행 현황과 주요 내용'이다.
국정과제 중에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같은 내용은 국회의 도움 없이 금융위원회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면 되지만, 반드시 법을 바꿔야 실행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금융위가 국회 보란 듯이 자료집에서 '국정과제 이행현황' 바로 위에 '중점추진 법안'을 배치한 게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금융위는 관련 법이 많아 국회가 안 움직이면 일이 안 되는 조직"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몇개월 사이 정무위에서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긴 했지만 예산, 결산 처리용이었을 뿐이다.
국회 회의록 사이트를 뒤져 마지막으로 정무위에서 금융위 관련 법안이 논의된 게 언젠지 찾아봤다. 작년 11월 23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가상자산 거래 법안을 논의한 게 끝이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대선 정국이 시작돼 국회가 텅 비었고, 새 정권이 출범한 다음에도 여야가 국회 원 구성 합의를 못 해서 금융위원장 임명까지 한 달 이상 늦춰졌다. 금융위 법안 논의는 여야 의원들 안중에 낄 틈도 없었던 셈이다.
다른 부처보다 금융위는 국회 법안 처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법안 개수로 따지면 1인당 맡은 법안 수가 다른 부처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금융위 공무원들은 '일당백'을 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측 이야기다. 공정거래위원회만 해도 직원 수가 600명이 넘는데 관련 법안은 13개다. 약 300명 인원으로 움직이는 금융위원회는 다루는 법안만 47개다. 국회에서 주요 법안이 어떻게 논의되고, 언제 처리되느냐가 금융위의 업무실적과 직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년 내내 법안 동맥경화를 앓는 정무위 탓에 금융위의 마음이 조급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국감 자료집을 보면 금융위가 꼽은 중점추진 법안은 대부분 벤처기업, 중소 상장사, 주식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이다.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성장 집합투자기구를 만들겠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자산 1000억원 미만 중소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를 면제해주는 주식회사 외부 감사법, 주식시장에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이나 시세 조정행위 같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과징금을 매기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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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감장에서 국정과제 자료를 요구했던 의원들조차 국감 중에는 법안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주 열렸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이슈는 론스타 책임론, 시중은행 내부 횡령, 공매도 금지 여부, 가상자산 거래 문제였다. 늘 그랬듯이 의원들은 금융위원장을 꾸짖기에 바빴다. 물론 이런 사안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긴 하지만, 금융위의 중점 추진 법안 역시 국민 보호와 기업 성장에 필요하다는 것을 여야 의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11월 정기국회에서는 국회의 기본 역할부터 제대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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