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안전한 도시 아냐"…분노·규탄 가득한 신당역
시민들 "안전한 일터 원한다" 추모 발길 이어져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필요 한목소리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시민의 안전도, 동료의 생명도 지켜주지 못한 공사는 왜 존재합니까."
20대 여성 역무원 살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엔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벽에 붙은 메모 하나하나에 숨진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묻어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못한 서울교통공사와 정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거셌다. 시민들은 추모 메시지를 통해 "제발 안전한 공간에서 일하길 바란다" "(가해자를)진작 격리시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다" 등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살인 사건에 분노를 토해냈다.
누군가에겐 일터이자,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16일 신당역에 추모하러 온 한 20대 외국인 유학생은 "외국에서 한국은 24시간 안전한 나라, 서울은 안전한 도시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역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벌어진 걸 보면 여성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서 살아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퇴근 후 추모 공간을 찾았다는 회사원 김아무개씨(35)는 "(사건이 발생한)비슷한 시간에 이 역을 자주 이용한다. 당일엔 지하철을 타지 않았는데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항상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평소 자주 다니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추모를 하러 왔다. 정말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를 보고 사건 현장을 찾았다는 60대 남성 박아무개씨도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왜 구속하지 않고 풀어준 건지 모르겠다. 다 가해자에 대한 대응이 약해 막을 수 있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재범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라고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대처를 비판했다.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女幸)' 화장실'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무색하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추모 메모에는 불법 촬영, 스토킹 등 여성과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한 시민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한국의 여성 안전, 여성 인권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바뀌었느냐"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 언제까지 개인이 몸 사리며 살아야 하느냐"고 했다.
이날 신당역 추모 공간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등 여야 정치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사건 현장을 찾은 김 장관은 헌화를 한 뒤 취재진과 만나 "가해자가 불구속 송치되는 등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상의해 오늘 상정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빠르게 통과시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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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장관은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남성과 여성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 사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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