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장
대만기업 TSMC 공장 건설
12나노미터 반도체 등 생산
일본 정부도 3.9兆 지원
1700명 일자리…부동산 활기

구마모토현 기쿠요정 하라미즈 마을의 '제2하라미즈공업단지'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구글 지도 화면 캡처]

구마모토현 기쿠요정 하라미즈 마을의 '제2하라미즈공업단지'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구글 지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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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일본 규슈 지방 구마모토현의 조용한 시골 마을 기쿠요정. 이곳엔 지금 대형 크레인 수십 대가 늘어서 있고 공사 자재를 실은 화물 트럭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있다. 양배추와 당근밭 일색이었던 이 마을은 농부 대신 공사 인부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국영 NHK가 "대만 기업 TSMC 투자로 구마모토 현장이 끓어오고 있다"며 전한 풍경이다.


사방이 외양간과 밭이었던 기쿠요정은 2024년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공장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TSMC는 일본 소니와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와 손잡고 약 1조엔 1000억엔(약 10조7000억원)을 투자해 23만㎥ 규모의 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12나노미터(nm)의 반도체를 비롯해 월 12인치 웨이퍼 4만5000장이 생산된다.

일본 정부는 TSMC의 공장 건설에 4000억엔(약 3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국내외 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과감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통 큰 결정과 TSMC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리며 구마모토현엔 일자리와 돈이 몰리고 있다.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고 현지 대학 졸업생들이 채용되는 등 인프라 확충과 고용 창출의 파급효과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기업과 일자리가 몰린다

지난 7일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공장을 담당하는 일본 자회사 JASM은 내년 100명의 대학 졸업생들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JAMS 측은 카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와 만나고 채용을 비롯해 환경보호와 공장 건설과 관련해 회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100명의 신입사원은 내년 상반기에 입사할 예정이며 현지 대학에서 많은 인원이 채용될 전망이다. TSMC의 진출로 지역 사회는 17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재 채용뿐만 아니라 인프라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구마모토현에는 현재 공장 증설을 위해 입지를 물색하러 오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섬유 제품 생산기업 쿠라보가 지난달 현지 시청과 공장입지 협정 협약을 체결했다. 쿠라보는 현재 반도체 제조 장치용 수지 가공품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억엔을 투입해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신설하고 10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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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처리 장치를 담당하는 칸켄테크노도 지난 7월 구마모토현 다나마시에 15억엔을 투입해 1만㎡의 용지를 매입했다. 칸켄테크노는 반도체 제조 장치용 배기가스 처리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업체는 거래처에 장치를 납품하고 장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해 공장을 신설할 방침이라며 내년 1월 공장을 착공, 같은 해 8월 가동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TSMC를 따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이들의 식사를 책임지기 위한 식당 인력들도 대거 채용됐다. NHK는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 쿠마상메디쿠스에 고용된 식당 직원들은 인부들과 직원들의 야식을 책임지기 위해 매일 500개의 주먹밥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고 보도했다.


구마모토현은 TSMC의 진출로 반도체 기업들이 구마모토에 몰릴 경우 직접 효과를 통한 경제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규슈 지방 일대에는 1000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모여있다.


◆금융·부동산도 활기

구마모토의 지방은행들도 TSMC의 진출 수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방은행인 규슈 금융 그룹 산하의 히고은행과 카고시마 은행은 대만의 다이야마 은행과 업무 제휴와 관련된 양해 각서를 맺었다. 두 은행은 각자가 가진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교류하며 입주 기업의 금융서비스 지원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업체들도 뒤바뀐 마을 분위기에 황급히 사업 규모 확장에 나서고 있다. 키쿠요정에 지점을 둔 코스기부동산은 대만에서 TSMC의 주재원과 가족 600여명이 이곳으로 이주한다는 소식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아침 조례시간마다 직원들은 중국어로 고객 접대를 연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에는 TSMC 대응 프로젝트팀까지 꾸리고 부지런히 방치된 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코스기부동산의 고스기 류조 이사는 "전년 대비 사무실과 주택 용지를 찾는 문의가 5배나 늘었다"며 "상상 이상의 속도로 도시가 활력을 되찾고 있어서 땅과 건물을 찾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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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번에 많은 기업이 몰리면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이에 구마모토현은 현 내 대학과 경제단체 12곳이 참여하는 ‘기술정보방지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구마모토현 관계자는 "TSMC의 진출로 현 내 반도체 첨단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네트워크 출범을 통해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고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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