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쇄신·감찰 여파 확산… 檢 출신 제외땐 더 논란될 듯

"이제는 출근도 빨리 하는 분위기네요. 다들 20~30분씩 일찍 출근하고 점심도 밥만 먹고 바로 들어옵니다."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감찰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추석 전까지 정리될 것으로 보이는 인사만 30~4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대통령실이 축소 재편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실무진들이 주로 짐을 싸고 있고 쇄신 대상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에 이어 '늘공'(직업 공무원)으로까지 확대됐다.

부처에서 파견 온 에이스급 공무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용산 대통령실 출범과 함께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모부처 소속 인사는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는 게 선방"이라고 속내를 전한다. 이같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이번 정부에서 또다시 대통령실에 자리를 잡은 인사는 "일반적인 정권 초반과 달리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 눈에 띄기 위해 인맥과 경력 쌓기보다 일에만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문제는 '일만 하자'는 분위기가 잡음과 섞이고 있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에 잘 봉사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에 헌신적인 자세와 업무 역량을 최고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원칙과 방향이 애매하다. 무엇보다 인사와 국정 홍보, 정책 조정은 물론 당정 관계까지 모두 문제가 드러났지만 무풍지대가 뚜렷하다. 새 정부 출범 후 정책 추진 과정에 수차례 문제점을 드러낸 정무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의 경우 실무진에게 칼바람이 집중됐고 지금의 인사 문제를 야기한 인사, 총무, 법무 라인은 바람도 불지 않고 있다.

쇄신이 반드시 대통령실 전체를 대상으로 빠짐없이 이뤄져야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윤핵관 관계자들을 통해 대통령실 내 긴밀한 사안이 밖으로 유출된 게 이번 쇄신의 발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 입주 직후부터 터진 각종 인사 문제와 김건희 여사 사적 동행 의혹과 같은 논란의 관계자들을 비켜간 쇄신의 바람은 되레 대통령실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들 상당수는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들로 알려졌다. 책임이 크고 무거운 인사들이 쇄신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면 대통령실의 개혁은 반쪽짜리밖에 되질 않는다. 대통령실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의 윤 대통령이 검찰 측근들을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이 된다면 '일만 하자'는 분위기가 사라지는 건 순간이다.


야권은 이미 역공의 빌미를 쥐었다. "꼬리 자르기도 아니고 꼬리털 뽑기 식 인사교체"라는 비난은 물론 "대통령실의 감찰과 인적 쇄신을 이들 검찰 출신 참모들이 주도하는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는 지적은 납득할 수준에 다다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실의 쇄신을 '윤핵관 밀어내기'로 해석하는 여론도 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잘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이번 쇄신 결과는 조금이나마 상승세를 탄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제자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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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출근길 문답에서의 답변을 정제하며 본인의 답변에 따른 논란을 사전차단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번 쇄신의 결과는 앞으로 이어질 각종 논란에 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가늠자이기도 하다. 남은 5년 중 불과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단행하는 첫 쇄신의 과정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배경환 정치부 차장 khbae@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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