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조만간 러시아산(産)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 대러 제재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가격상한제 도입이 코 앞으로 다가오며 서방과 러시아 간 새로운 전선이 열릴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러시아는 최근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도 가스공급을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9월2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을 통해 관련 논의를 확인하며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의 원유로 만드는 수입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유 가격을 떨어뜨려 푸틴의 수입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이날 워싱턴DC에서 나딤 자하위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가격 상한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우리 팀과 전체 G7이 만든 상당한 진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측이 제안한 상한제는 각국이 정해진 가격선을 넘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지 않는 것이 골자다. G7이 관할하는 석유 운송망을 통해 합의된 가격 이하의 제품 운송만 가능하게 하거나 상한가를 넘은 거래에 대해 선박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 등이 언급돼왔다. 앞서 G7 외교장관들은 지난 2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가격 이하로 매입되지 않은 러시아산 원유 등에 대해서는 운송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G7은 세계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WSJ는 "서방국가들이 국제유가를 올리지 않고도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금요일(9월2일) 발표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쥐어 짜려는 서방의 그간 성공하지 못한 노력에 있어 새로운 전선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가격상한제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두고 관계자들이 여전히 몇가지 복잡한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올 들어 7월까지 에너지 수출로만 970억달러(약 130조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러시아가 1~7월 석유와 천연가스를 판매해 올린 매출은 총 970억달러이며 그 가운데 석유만 74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많은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 들어 러시아가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매출이 월 평균 200억달러로 전년(146억달러)보다 37%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유가가 치솟은 가운데 석유 판매량도 크게 줄지 않았다.


이러한 수치들은 서방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인도, 중국 등은 오히려 작년보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해 국제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 상한제를 둘러싼 물음표는 이어진다. 일단 중국, 인도 등의 우회 수입 차단이 관건이다. 다른 국가들 역시 형식적으로 참여하되 다른 방법으로 러시아에 가격을 추가로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세컨더리 제재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결국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또한 "시행에 앞서서 가능한 가장 포괄적인 지지를 확보했을 때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나라의 동참을 설득하는 등 해야할 일이 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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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국제유가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09달러(2.3%) 하락한 배럴당 89.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배럴당 20달러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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