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감축법 악재 만난 현대차…'美 생산 확대' 노조 동의가 관건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제동
현지 생산라인 증설하거나
신설 공장 앞당겨야 하는데
국내 노조 동의 얻어야 가능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인 미국시장 공략을 놓고 현대차동차 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었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의 통과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세제혜택 적용을 받기 위해 현지 생산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신설 공장 설립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해서 큰 난항이 예상된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한국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는 결의안이 제출되는 등 정부와 정치권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세계를 대상으로 만든 법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항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만 제외 시켜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빠르게 현지 생산 물량을 늘려 IRA의 혜택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의 합의가 최대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단체협약에 따라 해외 생산 물량을 늘리려면 국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1999년 체결된 현대차 단체협약에 따르면 ‘해외공장으로의 차종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 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기아 역시 비슷한 단협 조항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노사가 합의한 신규 공장 건설건이 고민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올 임금협상을 합의하면서, 2025년까지 울산에 새로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1996년 아산공장 건설 이후 29년 만에 국내에 들어서는 첫 현대차 공장이다.
하지만 IRA으로 미국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 증설하는 국내 공장의 물량을 얼마나 배정하느냐가 숙제로 남게 됐다. 기존에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국내 생산 차량은 보조금 지급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물량 배정 논의 과정에서 신설되는 국내 전기차 공장의 규모도 결정될 것으로 보여 노조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아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아 노조는 지난 19일 찬성 89.4%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과시켰다. 노조는 임금 인상 이외에도 해외 투자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13조 투자, 국내 63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 해외 투자는 철회하고 국내 계획은 구체화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며 노조가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워낙 갑작스럽게 해당 법안을 통과 및 시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에서도 이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노조도 회사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는 것을 감안해 전향적인 논의에 나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