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의 활동을 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7월8일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선거공약을 어겨도 좋으니, 2부속실을 만드시고 적절하게 여사님을 통제할 수 있는 그러한 인사들로 부속실을 꾸리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국격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충고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제안에 대해 숙고해 법적 근거가 없는 ‘제2부속실 부활’이 아닌 미국식 퍼스트 레이디 제도의 법제화로 응답하기를 바란다. 김 여사는 선거운동 시절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남편이 대통령이 된 이상 대한민국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공적 역할이 불가피해졌다. 더 늦기 전에 법적 근거를 갖는 지원조직을 설치해 김 여사의 활동이 투명하고 책임 있게 수행되도록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역대 대통령 부인 소개 코너가 있다. 질 바이든 여사의 소개 글에는 공식 트위터까지 링크해 놓아 최근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한 장 찾을 수 없어 아예 배우자의 존재를 지운 듯한 우리 대통령실 홈페이지와는 대조된다. 미국 대통령 부인에 대한 지원은 백악관 이스트윙에 있는 ‘퍼스트 레이디실’내 비서실장, 대변인, 홍보국장, 행사비서관 등이 담당한다. 당연히 퍼스트 레이디의 공식 일정과 동행자는 사전에 공개된다. 이런 투명한 절차로 인해 퍼스트 레이디가 참여하는 행사는 시작부터 종료까지 실시간 ‘풀(pool) 리포트’로 백악관 기자들에게 전송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어떻게 배우자의 내조 역할을 넘어 공공외교관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을까. 그 핵심에는 대통령 가족의 공직 부여와 관련한 명확한 법적 근거인 ‘미국 연방법’이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으로 자신의 딸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각각 공적 지위로 백악관 보좌관역과 백악관 선임고문역을 공식으로 부여한 것처럼, 미국 연방법은 대통령 가족의 공적 역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대조적이다.
우리의 대통령 부인은 흔히 퍼스트 레이디라고 호칭되고는 있지만 법적인 공식 직책은 아니다. 그래서 국가수반의 부인으로서 의전과 예우는 받지만, 법적 책임과 권한이 없다. 지금까지 대통령 부인을 지원해왔던 제2부속실도 법적 근거가 약한 ‘대통령령’에 기초한다. 미국 연방법(USC) 제3편 제105조에는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데 대통령의 배우자가 대통령을 지원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지원 및 서비스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부여된다. 대통령이 배우자가 없을 경우에는 이러한 보조 및 서비스는 대통령이 지정하는 가족에게 제공되어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김 여사가 내조에 충실해야 한다는 여론이 60%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다. 이런 여론조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식 퍼스트 레이디 제도에 맞게 움직이는 새로운 역할을 가정할 때,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높아진 국격을 대변하는 새로운 퍼스트 레이디상이 필요하다. 여야가 새로운 퍼스트 레이디상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식 퍼스트 레이디 제도를 법제화하는 데 협치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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