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이대호의 한 시절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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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코로나로 2년을 쉬었으니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3년 만에 열린 축제였다. 여기에서는 어느 팀의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응원하는 팀의 선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각 팀에서 모인 야구 잘하는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이번 올스타전은 이전보다 더욱 특별했다. ‘조선의 4번 타자’로 알려진 이대호 선수의 은퇴 투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982년생 이대호는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반기에 타격 1위를 달성한 그가 굳이 은퇴해야 하나, 한 시즌 정도 더 뛰어줄 수도 있지 않은가 싶은 마음이 된다. 자이언츠 팬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올스타전은 그의 은퇴를 조명하는 데 많이 할애됐다. 나는 롯데 자이언츠 팬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는 어쩌면 한 시절의 야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내가 야구를 사랑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여전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라는 말의 그 무게감과 함께 선명히 남아 있다.

야구든 축구든 무엇이든 어느 스포츠를 보다 보면 선수와 나의 나이를 비교해 보게 된다. 그들의 프로필에는 출신학교와 나이 같은 TMI가 반드시 따라붙는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야구를 보았으니까, 팀의 주력 선수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을 때부터 시작해서 어느 순간 비슷해지고 내가 제일 형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은퇴를 앞둔 이대호도 나보다 한 살이 많을 뿐이다. 나는 이제 어느 야구팀에 가도 은퇴해야 할 나이가 됐다. 그럴 때 사람은 조금 서글퍼지고 만다. 나는 야구 선수들의 나이를 보면서 나의 나이 들어감을 감각했던 듯하다. 나와 같은 나이의 선수들이 전성기를 보내다가 어느 순간 쇠락하는 것을 보면 몹시 서글프다. 끝내기 홈런을 맞는 오승환의 모습은 익숙지 않다.


올스타전의 클리닝 타임에 이대호의 은퇴 투어 행사가 시작됐다. 가족과 함께 인사하는 그를 보니, 나는 내가 사랑해 온 한 시절의 야구가 마침표를 찍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승엽이, 잠실에 가면 언제나 있던 박용택이, 수원의 심장과도 같던 유한준이, 몇 년 동안 차례로 은퇴했다. 모두 나와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이었다. 어쩌면 마지막 그 세대의 선수로 타석을 지키고 있던 이대호가 이제 은퇴하는 것이다.

복잡한 마음이 됐을 때 자이언츠 팬이고 이대호와 같은 나이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울다가 전화했으며, 왠지 나도 그럴 것 같았다고, 한 시절뿐 아니라 자신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도 정확히 그런 심정이었다. 그에게 정규시즌 은퇴 투어에 함께할 것이냐고 물으니 국어 교사인 그는 인생 최고의 한 줄 시를 써서 나에게 답해 왔다. "그의 열 걸음을 모두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걸음을 함께해야죠. 함께 가요."


이대호뿐 아니라 조금 더 많은 선수들이 은퇴 투어를 할 수 있으면 한다. 거기에 너무 높은 자격을 부여하지 말고, 구단과 그 팬들이 정했다면 그의 은퇴를 한 시절의 모든 야구팬들이 축하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꼭 어느 한 팀에서 프랜차이즈로 성장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승부처에서 안타를 쳤던 기억이, 아버지와 함께 찾았던 야구장에서 삼진을 잡아낸 기억이,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한 걸음 같이하며 당신의 한 시절도 함께 위로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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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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